|
당시 A씨 주위에 있던 시민은 그가 열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지만, A씨는 “휴대전화 카메라 앱이 저절로 작동해 찍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사진이 찍혔다”며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A씨는 당시 현역 국회의원 아들이자 현직 판사였다.
온라인에선 “A씨가 누구냐”며 ‘네티즌 수사대’가 나섰고, 교사가 여고 교실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는 등 불법 촬영 범죄가 심각해지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국무회의에서 불법촬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이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같은 해 11월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법원에 정식 공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칙적으로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 등 재산형을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검찰은 A씨가 초범이고 촬영 피해자가 A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 등 제반 양형 자료를 종합해 통상의 양형 기준대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파면시켜야 한다”, “판사라면 가중처벌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범죄자가 판사라니 말이 되는 건가”라는 등이라고 분노했다.
대법원이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A씨에게 내린 처분은 감봉 4개월이었다.
법관징계법상 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과 감봉, 견책만 가능하다.
법관은 재임용에 탈락하거나 스스로 사직하지 않는 한 직을 유지하게 되며, 헌법이 규정한 신분 보장에 따라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다만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다음 해 1월 변호사로 복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위원 9명 중 7 대 2 의견으로 A 전 판사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변호사법 5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등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결격 사유를 규정한다.
최근에는 교육 연수시설뿐만 아니라 친인척집, 식당 공용 화장실 등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총 41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충북교육청 전 장학관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 3명 중 2명은 형사공탁금을 거부하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충북교육청의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1개월 만에 이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촬영물을 다른 매체에 저장하거나 유포하지 않았고, 피해자 중 1명인 친인척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성폭력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낮은 수준의 점수가 나온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을 선고하기보다는 보호관찰을 전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 사회에 복귀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충북여성연대는 “가해자를 옹호한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단체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피고인의 충동적 범행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이는 범행의 중대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법 촬영 피해자 41명 가운데 38명은 자신이 피해자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성폭력은 신체 촬영물이 언제 어느 곳에서 유포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