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큐원3.8, “클로드 페이블 5 다음 2위” 자평했지만 벤치마크는 없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알리바바가 큐원(Qwen) 패밀리 최신작 큐원3.8을 공개하며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클로드 페이블 5에 이어 “세계 프런티어 모델 중 2위”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벤치마크 점수나 모델카드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큐원 팀은 7월 19일(현지시각)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프리뷰 빌드인 ‘큐원3.8-맥스-프리뷰’를 X 계정을 통해 알렸다. 2조40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췄고, 1조 개를 넘는 큐원 모델 중 처음으로 이미지·영상·문서까지 처리하는 멀티모달 모델이다. 독립 평가기관의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벤치마크도 모델카드도 없이 던진 “2위” 선언
큐원 팀은 X 게시물에서 큐원3.8을 “오늘날 가장 강력한 모델 중 하나로, 선도적 프런티어 시스템에 준한다”고 소개하며 “페이블 5 다음(second only to Fable 5)”이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페이블 5는 앤트로픽이 최근 내놓은 클로드 페이블 5를 가리킨다. 다만 이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벤치마크 점수, 모델카드, 활성 파라미터 수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새 모델을 그저 “계속 진화하는(continuously evolving)” 모델이라고만 설명했고, 이전 플래그십인 큐원3.7-맥스와의 과제별 비교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이전 공개 방식과 대조된다. 올해 5월 나온 큐원3.7-맥스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인덱스에서 56.6점을 받는 등 완전한 벤치마크 표와 함께 출시됐다. 큐원3.8은 이런 절차 없이 프리뷰만 먼저 유료로 열었다. 프리뷰는 알리바바의 토큰 플랜(Token Plan) 구독 서비스와 코딩 플랫폼 쿼더(Qoder), 업무용 도구 쿼더워크(QoderWork)를 통해 정가의 10% 요금으로 체험할 수 있다.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는 “곧” 이뤄진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일정이나 라이선스 조건은 나오지 않았다.
2.4조 파라미터, 멀티모달로 첫 확장 / AI 생성 이미지
2.4조 파라미터, 멀티모달로 첫 확장
큐원 개발자 슈아이 바이(Shuai Bai)는 큐원3.8이 팀 최초로 1조 개를 넘는 파라미터를 가진 멀티모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문서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 텍스트 엔진에서 범용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는 이 모델이 코딩, 풀스택 개발, 데이터 분석, 사무 업무 등에서 이전 모델 큐원3.7-맥스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총 파라미터 수가 실제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큐원 시리즈는 스파스 혼합전문가(MoE) 구조를 채택해 질문마다 일부 파라미터만 활성화하는 방식을 쓴다. 예컨대 큐원3-235B-A22B는 총 2350억 개 파라미터 중 220억 개만 활성화하고, 큐원3-30B-A3B는 약 30억 개만 활성화한다. 큐원3.8은 이 활성 파라미터 수를 전혀 공개하지 않아 실제 연산 부담을 가늠하기 어렵다. 스타트업 포춘(Startup Fortune)의 계산에 따르면 2조4000억 개 파라미터 모델을 4비트로 양자화해도 가중치만 저장하는 데 약 1.2테라바이트가 필요하다. 엔비디아 H200 한 장의 용량은 141GB에 불과해 8장을 묶어도 여유롭지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문샷 AI 겨냥한 타이밍…파라미터 경쟁 가속
큐원3.8의 공개 시점은 중국 라이벌 문샷 AI(Moonshot AI)를 정면으로 겨냥한 모양새다. 문샷 AI는 며칠 앞서 2조80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춘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Kimi K3)를 내놓으며 잠시 “가장 큰 오픈소스 모델” 자리를 차지했다. 알리바바는 문샷 AI 지분 36%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큐원3.8은 공개된 파라미터 수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두 모델 모두 조단위 파라미터 경쟁을 미국 대형 연구소 중심에서 중국 랩으로 옮겨온 사례로 꼽힌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문샷 AI는 6월 연환산매출(ARR) 3억 달러를 달성했고 최소 6개월 안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큐원의 이번 공개는 문샷 AI가 챗 앱과 API를 통해 관심을 실제 고객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에 변수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발자 반응은 엇갈려…남은 과제는 검증
개발자 커뮤니티 반응은 갈렸다. 해커뉴스(Hacker News)에서는 또 하나의 오픈웨이트 프런티어 모델이 나왔다는 기대감과 함께, 검증되지 않은 벤치마크 주장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알리바바는 지난 1년간 꾸준히 오픈웨이트 모델을 내놓으며 클라우드 인프라와 자체 칩까지 갖춰 중국 내 기본 AI 공급자로 자리잡으려 해왔고, 이 과정에서 중국 모델 계열 중 가장 큰 개발자 저변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페이블 5 다음”이라는 비교는 현재로선 알리바바 자체 주장일 뿐이다. 독립 리더보드가 큐원3.8을 채점한 사례는 아직 없고, 마지막으로 순위가 매겨졌던 큐원3.7-맥스도 56.6점으로 프런티어 최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활성 파라미터 수, 모델카드, 과제별 성적표가 공개되기 전까지 이번 “2위” 선언은 검증 이전의 마케팅 메시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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