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건디는 오랫동안 가을, 겨울을 상징하는 색에 가까웠습니다. 와인과 잘 익은 체리, 낙엽을 연상시키는 깊고 농밀한 색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는 버건디 백이 두꺼운 코트나 니트가 아닌, 가벼운 드레스와 밝은 뉴트럴 룩 사이에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버건디가 이제 블랙과 브라운의 자리를 넘보는 새로운 뉴트럴 컬러로 부상한 겁니다.
자크뮈스의 26SS 컬렉션 쇼에 참석한 로라 해리어
중요한 건 버건디가 단순한 포인트 컬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디자이너들은 다채로운 버건디를 마치 무난한 베이스 컬러처럼 활용하며 룩에 은은한 변화를 더했습니다. 어떤 색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포용력을 지녔으면서도 무채색보다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고, 선명한 레드에 비해서는 한층 차분하죠.
Dior 2026 S/S
Stella McCartney 2026 S/S
Sportmax 2026 S/S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은 버건디의 달라진 쓰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디올, 스텔라 매카트니, 스포트막스는 화이트와 크림, 파스텔 컬러 사이에 버건디 백을 더해 가벼운 룩의 윤곽을 또렷하게 잡았습니다. 디올과 스텔라 매카트니 간결한 토트백을, 스포트막스는 프린지 장식으로 리듬 있는 실루엣을 완성했죠.
MiuMiu 2026 S/S
MiuMiu 2026 S/S
Missoni 2026 S/S
반면 미우미우와 미소니는스팽글, 선명한 그린, 머스터드 브라운처럼 활기찬 색과 질감 사이에 버건디를 배치해 한층 경쾌한 조합을 완성했습니다. 버건디가 언제나 차분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난 셈이죠.
Proenza Schouler 2026 S/S
Khaite 2026 S/S
Chanel 2026 S/S
샤넬, 케이트, 프로엔자 스쿨러는 블랙, 네이비,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어두운 룩에 버건디 백을 더해 전체적인 인상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색의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블랙보다 풍부하고 레드보다 침착한, 밝은 여름옷과 만났을 때는 오히려 그 깊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죠. 올여름 검은 가방을 집어 들기 직전이라면, 버건디가 더 흥미로운 답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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