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문에 다시 도마 오른 ‘임신중지약’ 도입…정부·국회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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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문에 다시 도마 오른 ‘임신중지약’ 도입…정부·국회 역할 주목 

투데이신문 2026-07-20 18:01: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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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공개적으로 주문했지만 국회와 관계 부처가 구체적인 법·제도 정비의 선후 관계를 정하지 못하면서 실제 품목허가와 의료현장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약이 정식 도입되지 않아 여성들이 해외 구매 등에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임신중지 허용 범위를 둘러싼 입법 논쟁과 의약품 도입을 분리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에 맡기는 방안도 거론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에는 임신중지 관련 법·제도 개선과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명시돼 있다.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도 장관직을 걸고 임신중지약 도입을 임기 안에 추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입 절차는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후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임신중지약 국내 수입을 결정을 주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어느 임신 주수까지, 어떤 조건에서 허용할지 먼저 정해져야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제는 식약처가 요구해 온 기준을 어느 기관에서 먼저 마련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심사가 완료되지 않았고 국회 측은 정부가 구체적인 제도안을 마련해야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대통령 발언 이후 관계 부처 협의에 착수했으나 아직 품목허가나 입법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법률 정비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고 약물적 임신중지를 법체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한적인 허용 사유를 규정한 현행 모자보건법 조항을 삭제하고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역시 약물적 임신중지를 제도화하는 한편, 중앙·지역 상담기관 체계를 마련하고 별도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연계해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남 의원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된 뒤 아직 의결되지 못했고 손 의원안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가 약물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대통령과 주무 부처 장관이 추진 의지를 밝혔는데도 관련 법안의 심사 일정과 처리 방향은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2022년 8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2년 8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성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 선행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최종적으로 법률을 심사·의결할 권한을 가진 국회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다수 의석을 보유한 여당이 당내 이견을 조정하고 법안 처리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이선희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여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말 민생 중의 민생 법안인데도 대통령만큼 이 사안에 의지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주무 부처가 도입 의지를 밝혔는데도 여당의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임신중지를 둘러싼 성적 자기결정권과 저출생, 종교적·윤리적 가치에 대한 견해가 여당 내부에서도 엇갈리면서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이슈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실무적 조율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의원들이 앞에 나서 이 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 출처=식품안전품의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 출처=식품안전품의약처]

남 의원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개정안은 지난 3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된 뒤 현재 계류 중”이라며 “당시 보건복지부가 정부안을 마련해 오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안이 정리돼야 국회 논의도 구체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 부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업무보고 질의와 법안소위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본보에 “이 대통령이 법 개정 전이라도 미프진을 안전하게 사용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면서 “대통령의 지시가 일회성 검토에 그치지 않도록 미프진 허가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는 동시에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모자보건법 개정과 건강보험 적용 등 관련 법률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본보에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과 관련해 성평등가족부와 복지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진의 책임 아래 처방을 허용하는 방안이나 품목허가 재개 여부 등 구체적인 논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전반에 관해 관계 부처 논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며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나 공식적으로 밝힐 일정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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