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중국발(發) 저가 AI 충격과 피크아웃(정점 후 둔화) 우려에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끝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산업 영역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를 넘어 피지컬 AI, AI 팩토리,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대되면서 추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코스피와 코스닥에는 나란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 폭을 키웠다. 주말 포함 3일 연휴 동안 쌓인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과 중국발 AI 쇼크 우려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주가 흐름은 실적 추이와 다소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SK하이닉스도 HBM 수요를 바탕으로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고점론은 두 갈래다. 첫째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둔화 가능성이다. 데이터센터 등 투자 비용 증가세가 수익 창출력을 웃돈다는 의구심이다. 빅테크가 내년 설비투자 속도를 늦추면 GPU와 HBM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둘째는 중국발 가격 압박이다. CXMT의 D램 증설은 범용 메모리 가격을 흔들 변수로 꼽힌다. 중국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 같은 저비용 AI 모델도 고가 GPU와 HBM 수요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다만 슈퍼사이클 종료라기보다 AI 투자 수익성과 메모리 가격을 다시 따져보는 계기에 가깝다.
실제 업황 지표는 아직 피크아웃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번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을 200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흐름으로 평가했다. 한은이 주목한 대목은 AI의 진화다. AI는 텍스트 중심 거대언어모델을 넘어 영상과 음성을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HBM 등 고성능 메모리와 연산 반도체 수요를 키울 요인이다. 피지컬 AI 확산도 고성능 연산과 저전력 반도체 수요를 동시에 늘릴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반도체 시장의 추가 성장을 예상했다. 가트너는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8053억 달러에서 올해 1조3202억 달러로 늘고, 내년엔 1조5545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64%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메모리 매출이 지난해 2163억 달러에서 올해 6333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고 내년에는 7481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데이터센터를 피지컬 AI 확산의 기반 인프라로 봤다. BCG는 AI 인프라가 제조와 산업 현장의 지연 없는 AI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전략 자산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AI가 화면 속 서비스에서 현실 공간을 움직이는 기술로 바뀔수록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정소영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에너지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은 현재 심각한 병목 상태"라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태라 AI 발전은 무궁무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