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이태경 교사 "한글학교 교사는 민족의 맥 잇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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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창] 이태경 교사 "한글학교 교사는 민족의 맥 잇는 사람"

연합뉴스 2026-07-20 15:40: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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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서 11년째 한국어 교육…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

"글자를 잃으면 정신도 잃어"…80대 고려인도 배움 열정

이태경 카자흐스탄 아티라우 무궁화 한글학교 교사 이태경 카자흐스탄 아티라우 무궁화 한글학교 교사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글학교 교사는 처음부터 직업이 아니라 민족의 맥이자 긍지였고, 정신을 이어가려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6년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에 참가한 이태경 카자흐스탄 아티라우 무궁화 한글학교 교사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글이 된 한글의 오늘에는 한글학교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티라우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서쪽으로 약 1천500㎞ 떨어진 카스피해 인근 도시다. 이 교사는 이곳에서 2015년부터 고려인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지 교회를 돕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온 그는 아티라우에 한글 교사가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으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고려인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중·고등 학생반과 성인반을 운영한다. 80세가 넘은 고려인 할머니들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한국어를 배운다.

"지방 도시인 아티라우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다른 학교도, 한국인 교사도 없습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도시 행사가 열리면 한국을 대표해 문화행사도 준비해야 합니다. 한글학교가 사실상 민간 한국문화원 역할을 하는 셈이죠."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은 적지 않았다. 수업 준비부터 학교 운영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다. 어렵게 한국어를 익힌 학생들이 큰 도시나 한국으로 떠나면서 교사 부족도 되풀이됐다.

2017년 학생들과 종강 기념 촬영 2017년 학생들과 종강 기념 촬영

[본인 제공]

학교 운영 수입은 재외동포청 지원금이 전부다. 학생 대부분이 고려인과 현지인이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일정 금액 이상의 학비를 받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보내는 감사와 애정은 이 교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에게 배운 고려인 제자가 성장해 현재 학교에서 초급반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 진학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을 전해올 때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 한국인이 와서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학생들도 알고 있어요. 특히 고려인 할머니들에게 한글이라는 문자만이 아니라 조국 대한민국과 연결해주는 다리가 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입니다."

아티라우에는 고려인들이 과거 모여 살던 마을과 이들이 세운 학교가 남아 있다. 정착 초기 고려인들은 작은 방 한 칸에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글자를 잃으면 정신도 잃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방은 점차 건물로 커졌고 지금은 현지 학생들이 다니는 마을의 큰 학교가 됐다.

9년 만에 두 번째로 교사 연수에 참가한 그는 세계 각국에서 온 한글학교 교사들과 만나 정보와 경험을 나누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교육 방식과 정보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돌아보게 됐다.

아티라우 무궁화 한글학교 2016년 추석 축제 모습 아티라우 무궁화 한글학교 2016년 추석 축제 모습

[아티라우 무궁화 한글학교 제공]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변화하는데, 저는 옛것으로만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물관 교육과 놀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교육을 배우면서 새로운 무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그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익히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천천히 용기 있게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에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교사는 한글학교뿐만 아니라 알마티 한국교육원 한국어 강사, 알마티 매니지먼트 컬리지 한국어 클럽 등에서도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꾸준히 창작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다.

2018년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에 이어 2019년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22년에는 해양수산부 주최 제10회 등대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

2019년 재외동포청 전신인 재외동포재단 주최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시상식에서 이태경(오른쪽) 교사가 김흥수 카자흐스탄 알마티 총영사로부터 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본인 제공]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작 '오해'는 소설가인 중년 남자와 80대 노모의 추억을 통해 가까운 사이에서도 서로를 모두 알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수상작은 '재외동포 문학의 창'에 수록돼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발간됐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어로 된 책을 읽으며 얻는 안도와 위로, 안정감이 글쓰기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어 "동포문학상은 문학을 계속해야겠다는 동기를 주었고, 도전하며 글을 쓰게 했다"며 "이 상이 재외동포들에게 지속적으로 한국문학을 놓지 않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장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카자흐스탄의 일상을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에세이를 쓰고, 한국어책을 매개로 고려인·현지인과 함께하는 북클럽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늘 배우면서 학생들과 같은 눈높이에 서고 싶습니다. AI가 할 수 없는 눈맞춤으로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글자 안과 글자 뒤에 있는 공간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한글 교사로 남고 싶습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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