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36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번지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익스트랙션 슈팅 게임 ‘마라톤’의 디렉터 이탈,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번지의 위기는 ‘데스티니2’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대신할 마라톤이 기대만큼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본격화됐다. 차기 프로젝트들이 아직 초기 기획 단계에 머무는 가운데, 마라톤마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기존 인력과 개발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마라톤은 약 2억 5,000만 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9일 기준 스팀 일일 최고 동시 접속자는 6,300명대에 머물렀다.
이는 8만8,000명을 돌파했던 출시 초반과 비교하면 90% 이상 감소한 수치로, 장기간 이용자 참여와 지속적인 결제가 필요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이용자 규모로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과 투자비 회수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라톤 초기 개발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바렛이 지난 2024년 회사를 떠난데 이어, 마라톤 개발을 이끌어 온 조셉 지글러 총괄 디렉터까지 출시 4개월 만에 번지를 떠나면서 프로젝트의 일관성과 개발 조직의 안정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라톤 개발 조직은 기존 부디렉터였던 델 체이프 3세와 줄리아 나딘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이끌게 됐지만,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개발 책임자가 교체되면서 콘텐츠 방향과 업데이트 일정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사 측면의 문제도 남아있다. 번지는 데스티니2의 마지막 콘텐츠 업데이트 '업적의 기념비'를 진행 한 뒤 데스티니 개발팀 대부분과 마라톤 팀 일부를 포함해 약 400명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23년 10월, 2024년 7월에 이은 세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번지의 전현직 리더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데스티니2’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며, “‘데스티니2’의 마지막 콘텐츠 업데이트 이후 차기 프로젝트들이 아직 초기 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운영 규모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과 이용자 대응 역량이 중요한 만큼, 반복적인 인력 감축은 오히려 개발 속도와 운영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데스티니 시리즈를 통해 축적한 개발 경험과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마라톤의 반등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번지는 오는 21일 다른 이용자와의 경쟁 부담을 낮춰 진입 장벽을 완화한 PvE 모드 ‘금고 파괴자’를 선보이며 이용자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마라톤이 반등하려면 보상과 성장 구조, 콘텐츠 공급 속도, 매칭 환경 등 장기적인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서비스 전반의 개선 역시 필요하다. 새 지도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발 조직을 안정시키고 일관된 운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마라톤이 이용자 감소세를 멈추면 번지는 데스티니 이후의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반등에 실패하면 추가적인 인력 감축과 조직 통합이 이어지면서 번지가 소니 산하에서 유지해 온 독립적인 개발사로서의 입지도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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