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학습 목적으로 제3자에게 온라인 강의 영상을 받은 A씨가 업체로부터 저작권 침해 경고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강의를 개인 학습 목적으로 보관하려던 A씨. 제3자를 통해 강의 영상을 전달받았다가, 강의 제공업체로부터 저작권 침해 경고 메일을 받았다.
업체는 A씨가 보안을 우회하고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상을 대량 녹화했다며 IP, 기기 정보, 로그 기록 등을 근거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A씨는 영상을 외부에 유포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나서 업체에 잘못을 인정하고 합의를 원한다는 사과 메일부터 보냈다. A씨는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까?
'개인 학습용'으로 보관했는데…업체 “IP·로그 확보, 고소하겠다”
A씨는 최근 온라인 강의 1개월 이용권을 구매해 수강하던 중, 개인적으로 학습하고 보관할 목적으로 제3자를 통해 강의 영상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얼마 뒤 강의 제공업체로부터 날아온 건 ‘경고 메일’이었다. 업체는 A씨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보안을 우회했으며, 자동화 매크로를 이용해 영상을 대량 녹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확보한 IP 주소, 기기 정보, 로그 기록 등을 근거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는 영상을 유포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오직 개인 학습 목적으로만 보관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메일을 받자마자 업체에 잘못을 인정하고, 보유 중인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며 합의하고 싶다는 내용의 사과 메일을 보냈다.
'개인 소장'은 괜찮다? “보안 뚫고 받은 불법 녹화본은 예외 아냐”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 소장 목적이었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저작권법은 영리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복제(사적 이용 복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지만, A씨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저작권법의 사적이용 복제 예외는 ‘이용자 스스로 복제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며 “제3자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영상을 전달받은 것이므로, 애초에 이 예외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안 조치를 무력화해 만들어진 영상물이라는 점도 문제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불법 녹화물임을 알면서 제3자로부터 전달받았거나 다운로드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안을 우회했다면,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등으로 처벌 및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은 ‘복제 대상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파일인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면,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섣불리 보낸 '사과 메일', 독이 될까 약이 될까
A씨가 덜컥 보낸 사과 메일은 법적으로 어떻게 작용할까? 변호사들은 민사 소송에서는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이미 발송한 사과 메일은 잘못을 인정하는 정황 증거가 되어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 역시 “사과 메일은 상대방이 책임 인정 자료로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형사 절차에서는 반성의 의미로 해석돼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깊이 반성하고 파일을 즉시 삭제했다는 점이 함께 명시되었다면, 추후 형사 절차에서 참작 사유(양형 자료)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지금부터는 섣불리 추가 해명을 하지 말고, 업체 측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길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의금, 얼마가 적정선일까…향후 대응은?
업체가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응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합의금에 정해진 시세는 없으며, 통상 강의료의 몇 배 수준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한장헌 변호사는 “금액이 지나치게 과하다면 거부하고 경찰 조사 단계에서 ‘초범, 유포 없음, 영리 목적 없음’을 적극 소명하여 기소유예를 노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외부 유포가 없었다는 점은 책임 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외부에 유포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은 형사·민사 책임의 범위를 크게 좁히는 핵심 방어 요소”라며 “실제로 유포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와 배상액이 상당히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업체가 합의를 제안해 온다면, 구체적인 손해 산정 근거를 요구하며 유포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감액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합의할 경우엔 변호사를 통해 ‘민·형사상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확히 넣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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