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태어난 아동이 가정의 따뜻한 보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아동, 가정의 품으로’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다수의 보호출산아동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원가정 보호와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초록우산
한국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며 2024년 7월 19일, 보호출산제를 시행하였다. 출산하였지만 여러 이유로 양육을 하기 어려운 위기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선택하게 되면, 그 아동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보호대상 아동이 되는 것이 제도의 주된 골자이다. 이렇게 보호출산제는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도입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7월 19일부터 2025년 6월 말까지 제도 시행 1년 간 보호출산을 결정한 위기임산부는 107명이었다. 보호출산을 하는 경우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상담을 하게 되는데, 이때 최우선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태어난 가정에서 직접 아이를 기르는 ‘원가정 양육’이다. 보호출산은 상담, 숙고, 출산, 숙려기간 등을 거쳐 마무리된다. 하지만 태어난 아동에게 있어 출생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보호출산 이후, 아이가 어떠한 환경에서 양육되는가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앞서 ‘이 아이를 원가정에서 직접 자라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위기 임산부여도, 혼자여도, 학생이어도, 지지해 주는 가족이 없어도, 아이를 낳아 직접 기르겠다는 선택이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존중받는 결정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지낼 수 있는 안정된 주거 환경, 산후 돌봄 지원, 소득 보장, 불이익 염려 없이 학업과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는 사회. 이러한 것들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위기임산부에게 원가정 양육을 ‘선택’지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원가정 양육은 국제 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그 의사에 반하여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않도록 국가가 보장할 것을 규정하며, 부모가 양육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또 UN의 「아동의 대안양육에 관한 지침」은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일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가능한 한 일시적이고 최단기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경제적·물질적 빈곤은 결코 아동을 부모의 보호에서 분리할 유일한 사유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그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아동복지법」 역시 제4조 제3항에서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도록 지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위기 임신 상황에서도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 그래서 원가정 양육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일차적 책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피하게 원가정 양육이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에게도 시설보호가 아닌 가정, 적어도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가정환경이 박탈된 아동에게 국가가 특별한 보호와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안양육의 형태로 위탁양육과 입양 등을 열거하고 그 해결책을 검토할 때 아동 양육의 영속성을 강조한다. 또 「아동의 대안양육에 관한 지침」은 어린 아동, 특히 3세 미만 아동에 대한 대안양육은 가정 기반 환경(family-based settings)에서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특히,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신생아기에 보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가정형 보호 원칙이 더욱 직접적이고 중요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현실에서 보호대상아동의 많은 수는 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원칙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아동이 가정의 품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함께 아이를 맞이할 가정이 늘어나야 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위탁가정이 많아지고,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가정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이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삶을 시작하고, 안정적인 관계와 돌봄 아래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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