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오직 단 한 번뿐이기에 언제나 특별하다. 2026년 하반기를 앞둔 지금, 상반기 패션 신을 수놓은 특별한 ‘첫 번째’ 순간들을 소개한다. 카테고리와 영역은 다르지만 모두 브랜드의 방향성을 새로이 해석하고 정의한 전환점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변화의 포문을 연 장면들을 통해 각 패션 하우스가 확장해가는 현재를 들여다본다.
SIMONE ROCHA
올해 피티 우오모 110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된 주인공은 시몬 로샤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피렌체에서 열리는 피티 우오모를 통해 첫 남성복 단독 쇼를 선보인다. 지난 2023 S/S 컬렉션에서 여성복과 함께 남성복을 공개한 바 있지만, 남성복만을 위한 독립 컬렉션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낭만과 반항이 공존하는 몽환적 컬렉션으로 사랑받아온 시몬 로샤가 남성복만을 위해 펼쳐낼 새로운 세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에 대해 그녀는 “피티 우오모를 통해 남성복 라인을 선보일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며 나의 작업과 세계관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창적인 스타일과 확고한 비전을 지닌 시몬 로샤가 써 내려갈 새로운 서사를 기대해볼 만하다.
JACQUEMUS
지난 1월, 디자이너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는 “그 누구보다 먼저 그녀가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아이콘, 그 자체죠(Before Anything, There Was Her. The Original Icon.)”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할머니 릴린 자크뮈스를 하우스 최초의 공식 앰배서더로 소개했다. 브랜드를 설립하기 훨씬 이전부터 릴린은 시몽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주었으며, 동시에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된 뮤즈였다. 화제성을 위한 셀러브리티 대신 평생을 함께한 가족과 자신의 뿌리에 집중하는 진정성을 택한 자크뮈스다운 행보다. 선언문에는 릴린이 앰배서더로서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도 담겼다. “예외 없이 언제 어디서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크뮈스 풀 룩을 착용할 것”, “브랜드라는 단어 대신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 등 유쾌한 조항들에는 릴린을 향한 시몽의 애정과 위트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ALAÏA
알라이아가 하우스 최초의 데님 컬렉션을 출시했다. 여성의 곡선미를 강조하는 탁월한 테일러링으로 잘 알려진 하우스와 캐주얼한 데님의 만남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알라이아가 만든 데님은 분명 다르다. ‘밀착의 귀재(King of Cling)’로 불렸던 아제딘 알라이아의 유산을 바탕으로 마치 제2의 피부처럼 몸에 밀착되며 본연의 보디라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실루엣을 구현한 것. 허리와 힙의 곡선을 정교하게 완성하는 이 컬렉션은 1년 이상의 연구 끝에 탄생했다. 무릎 아래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부츠컷, 넉넉한 실루엣의 도크 블루 데님 팔라초, 하우스 특유의 곡선을 강조한 아치형 라운드, 다리 라인에 밀착되는 스키니 등 총 여섯 가지 스타일로 구성했으며, 전 세계 여성들의 다양한 체형을 고려해 설계했다.
GUCCI
모터스포츠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포뮬러 1(F1)은 스피드와 정밀함을 겨루는 스포츠인 만큼 오랫동안 워치 브랜드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구찌는 알핀 팀과 함께 2027년 F1 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가 F1 팀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찌는 알핀과 함께 2027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부터 ‘Gucci Racing Alpine Formula One Team’이라는 이름으로 그리드에 오른다. 승리를 향한 열정과 브랜드 철학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한 이번 협업은 트랙사이드 노출을 넘어 향후 여러 시즌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패션 하우스와 모터스포츠가 만나는 새로운 접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RALPH LAUREN
랄프 로렌이 <랄프 로렌 캣워크(Ralph Lauren Catwalk)>의 출간 소식을 알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캣워크> 시리즈는 각 볼륨마다 1300개 이상의 런웨이 룩을 다루며 저명한 패션 하우스의 아카이브로 구성된 아이코닉한 책으로, 이번 열한 번째 에디션을 통해 그가 선도해 온 50여 년의 역사와 미국 패션의 정수를 한데 담아냈다. 긴 시간 이어온 그의 여성복 컬렉션 세계를 집대성한 비주얼 아카이브로서, <캣워크> 북 역사상 첫 미국 패션 하우스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할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랄프 로렌 캣워크>는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의 표본이자 타임리스한 디자인, 최고의 품질로 대변되며 전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 랄프 로렌이 그려낸 궤적을 조명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NEW & DEBUT
작년 하반기부터 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패션 하우스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거 교체 소식. 인사이동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 하우스의 아이덴티티와 비전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 2027 리조트 컬렉션이 차례로 공개됐다. 샤넬의 수장이 된 마티유 블라지는 잔잔한 디테일로 쿠튀르의 본질을 완성한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 하우스의 역사적 뿌리와 그의 경쾌한 에너지를 완벽히 조합한 리조트 컬렉션을 통해 “샤넬의 황금기를 다시 열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 역시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위트와 유서 깊은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녹여낸 오트 쿠튀르, 리조트 컬렉션을 통해 디올의 가장 영리한 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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