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CESA)가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지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여는 도쿄게임쇼 2026(TOKYO GAME SHOW 2026)의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AI Technology Pavilion)' 출전 안내서를 공개했다. 기업간거래(BtoB) 솔루션을 모은 비즈니스 솔루션 코너 안에 자리하며, 비즈니스 데이인 9월 17일(목)·18일(금) 이틀간만 운영된다.
국내 일부 보도는 이 구역을 '올해 처음 마련된 AI 기술 전시관'으로 소개했다. 게임와이가 도쿄게임쇼 공식 출전사 리스트를 연도별로 대조한 결과 사실과 다르다.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은 이미 2024년 도쿄게임쇼에서 05-C41부터 05-C51까지 부스 번호를 받아 운영됐다. 올해가 3년째다.
성장 속도는 CESA가 도쿄게임쇼 2025 개막 시점에 낸 코너별 집계를 보면 된다.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 출전사는 2025년 15개사로, 전년 9개사에서 늘었다. 1년 만에 67% 증가다. 반면 이웃한 비즈니스 솔루션 코너는 2024년 162개사에서 2025년 133개사로 줄었다. 게임와이가 두 수치를 대조한 결과, BtoB 솔루션 시장 자체가 커진 것이 아니라 예산과 관심이 AI 쪽으로 이동했다. 개발 도구는 줄고, AI를 파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누가 왔는지를 보면 이 구역의 성격이 드러난다. 2024년 출전 9개사는 에퀴닉스 재팬, HechicerIA, Elith, OVOMIND, 실버스타재팬, 지르(ZEAL), 테크노스피치, 드리콤, 유비투스다. 에퀴닉스 재팬은 데이터센터·상호접속 사업자, 유비투스는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사다. 테크노스피치는 음성합성을 다루고 드리콤은 일본 모바일 게임 개발·퍼블리싱사다.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굴리는 인프라와 부품을 파는 회사들다. 2025년에는 캐릭터 AI 개발사가 합류했다. 스튜디오51은 도쿄게임쇼 2025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09-W94)에 첫 출전한다고 밝히며, ChatGPT 등장 이전부터 자연어 기술 기반 캐릭터 AI를 개발해 왔고 오사카 엑스포 오사카 헬스케어 파빌리온에 출품된 캐릭터 AI '미라이아 링크스'를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게임 등 창작 제작 현장의 AI 도입 지원 사업도 새로 시작했다.
카테고리 문구 변화를 보면 주최 측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가 보인다. 도쿄게임쇼 2025 공식 출전 안내는 대상 분야를 AI 개발 툴·미들웨어, AI 플랫폼, AI 기술 벤더, 콘텐츠 생성 AI 툴, 캐릭터 AI 솔루션, 내비게이션 AI, 메타 AI 등으로 규정했다. 이번 2026년 안내서는 여기에 '디버깅 AI'와 'AI-PC'를 추가로 명시했다. 게임와이가 두 목록을 대조한 결과 새로 들어온 두 항목은 성격이 다르다. 디버깅 AI는 게임 개발에서 인건비와 기간이 가장 많이 소모되는 품질보증(QA) 공정을 겨냥하고, AI-PC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다. 생성형 AI로 그림을 뽑는 단계를 지나 공정 자동화와 온디바이스 연산으로 축이 옮겨간 흐름이 반영됐다.
가격은 소규모 기술사를 겨냥한 설계를 유지했다. 안내서 기준 3m×3m 스페이스 온리 44만 엔(세금 포함), 부스 시공을 포함한 턴키 부스 33만 엔이다. 셸 스킴은 A타입 56만 1000엔, B타입 60만 5000엔, C타입 106만 7000엔, D타입 151만 8000엔이다. 오프라인이 부담스러운 기업은 27만 5000엔짜리 온라인 전용 출전을 택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출전사 리스트 등재와 영·일 이중언어 소개 페이지,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 연동은 그대로 제공된다.
전문관이 필요해진 배경은 안내서에 실린 지난해 비즈니스 매칭 실적이 설명한다. 도쿄게임쇼 2025 매칭 시스템 총 계정 수는 1만 1086개로 2024년 8967개, 2023년 7786개, 2022년 5679개에서 매년 늘었다. 상담 요청은 8만 8977건으로 2024년 4만 1185건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런데 성사된 상담은 3591건으로 2024년 3669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게임와이가 이 수치를 대조한 결과 요청 폭증분이 실제 미팅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카테고리를 잘라 놓은 전문관은 이 병목을 줄이는 가장 단순한 장치다. 같은 안내서의 도쿄게임쇼 2025 비즈니스 데이 설문에서도 해외 방문객의 59.9%가 '해외 제품·기업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꼽은 반면 일본 국내 방문객은 21.1%에 그쳤고, 상담 목적 방문 비율은 해외 14.1%, 국내 5.7%로 벌어졌다.
7월 8일 공개된 도쿄게임쇼 2026 출전사 명단에는 51개국 759개사(일본 484개사, 해외 275개사)가 이름을 올렸고 총 부스 규모는 3946개다. 참가 국가·지역 수는 지난해 46개를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AI 기술 전시관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은 게임 AI 전문 기업 앵커노드 한 곳이다.
앵커노드는 2023년 6월 설립된 생성형 AI 기반 게임 제작 솔루션 기업이다. 창업자인 원재호 대표는 넥슨과 네오위즈 등에서 25년간 개발자로 일했고, 10~20년간 호흡을 맞춰온 게임 전문 개발자 10여 명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주력 제품은 게임에이아이파이(GameAIfy)다. 캐릭터 콘셉트만 입력하면 이미지와 모션, 배경 같은 게임 아트워크를 AI가 자동 생성해 제작 공정을 단축하는 솔루션이다. 2024년 1월 퓨처플레이로부터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고, 2025년 3월에는 네이버 D2SF가 신규 투자에 참여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당시 게임 제작에서 아트워크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인데도 AI가 제작 워크플로우에 녹아들지 못했다며, 앵커노드를 AI를 최적화해 게임 제작 현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희소성 높은 팀으로 평가했다.
이 회사가 파는 것은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아트워크 생성 공정이다. 이번 파빌리온 카테고리에 새로 들어온 디버깅 AI, AI-PC와 마찬가지로 개발 원가가 몰리는 구간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전시 구역 성격과 어울린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웹툰은 기업간거래 관에 이름을 올렸다. 2026년 파빌리온의 코너별 전체 출전사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구역이 2년 사이 9곳에서 15곳으로 늘어나는 동안 한국 기업 참여는 사실상 올해가 첫 사례다. 국내 게임업계가 AI 전환(AX)을 전사 화두로 내걸어 온 것과 비교하면 간극이 크다. 내부 도입과 외부 판매용 제품화는 다른 문제라는 점이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안내서에 명시된 부스 신청 마감은 5월 22일(금), 출전사 설명회 및 부스 위치 선정 회의는 7월 8일(수)이었다. 두 일정 모두 지났다. 올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다음 기회는 202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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