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민주당의 내전과 전당대회 감상법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시간들] 민주당의 내전과 전당대회 감상법

연합뉴스 2026-07-20 06:55:00 신고

3줄요약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민주당이 한 달 뒤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전 양상을 보인다.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선 주도권이 걸린 당대표 선거라는 간판이 붙었지만, 그 기저에는 민주당이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오래된 정치 철학과 노선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쪽은 민주당을 진보의 가치가 응축된 성(城)으로 본다. 정체성과 원칙을 지키고 개혁의 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검찰·언론·재벌 개혁, 젠더 등 정치적 올바름(PC)으로 표출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선명하게 구현됐다.

다른 쪽은 민주당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는 열린 정당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집권을 유지해야 이상도 실현된다는 현실론에 기울어 있다.

당원들의 선택은? 당원들의 선택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LDC)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주자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 부터) 김민석 전 총리, 송영길 의원, 정청래 전 대표. 2026.7.12
hkmpooh@yna.co.kr

◇ 노무현 트라우마와 김대중의 성공모델

유시민은 전자를 상징한다. 그의 머릿속엔 노무현의 좌절이 각인돼 있다. 노무현은 영호남 지역주의 정치를 깨겠다며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보수의 외면은 물론 진보 진영 내부의 반발에 부딪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 경험은 '외연 확장은 진영 분열만 낳는 필패 카드'라는 학습효과를 남겼고, 이 대통령도 노무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을 재건축이 아니라 리모델링 또는 증축의 대상으로 보는 유시민의 인식도 여기서 나온다.

반면 이 대통령의 머릿속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말한 김대중이 있는 듯하다. 김대중은 집권에 거듭 실패하자 호남과 민주화 진영에 머물지 않고 영남으로 정치적 영토를 넓혔다. 박정희, 전두환의 후예들과도 손 잡아 첫 평화적 정권교체에 이어 정권재창출을 이뤄냈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이 그러했듯, 정당은 집권하기 위해, 그리고 집권 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으로 비친다.

외연확장 시도한 김대중과 노무현 외연확장 시도한 김대중과 노무현

김대중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김병만/정치 2002.4.29 (서울=연합뉴스) kimb01@yna.co.kr

◇ 운동권 선민의식과 소년공 먹사니즘

두 진영의 간극은 성장 환경의 차이이기도 하다. 친문 세력은 1980년대 학생운동을 거친 뒤 머리로 정치를 배웠다. 군사독재를 밀어냈던 경험은 시대를 바꾸는 것이 사상과 담론이며, 그것을 국민이 옳다고 믿고 행동으로 이끄는 것이 정치라는 사고를 굳게 만들었다.

그들의 이런 신념은 민주화와 사회 다원화의 강력한 추진력이었지만, 스스로 기득권이 된 뒤에도 기득권 저항 세력을 자처하는 모순으로 이어졌다. 말과 행동이 다른 '내로남불'이라는 역풍은 그렇게 자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반대다. 명문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곧장 제도권 정치에 들어간 또래들과 달리 그는 소년공으로 시작해 검정고시와 사법고시를 통과한 뒤 지방행정가로 성장했다.

운동권 세력이 국회와 청와대에 입성해 자신들의 이념을 국가 운영의 기본 원리로 관철하려 애쓰는 동안, 그는 현장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몸으로 정치를 배웠다.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 국민이 먹고사는 게 중요하다"고 한 '먹사니즘'도 이 연장선이다.

소년공 이재명의 굽은 팔 소년공 이재명의 굽은 팔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 간담회에서 출간 소감을 밝히던 중 소년공 시절 사고로 굽은 왼쪽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7.2.8
utzza@yna.co.kr

◇ 반복되는 진영 내 노선투쟁

이런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과 당총재를 겸한 김대중의 일극주의가 사라진 노무현 정권에서는 이해찬을 대부로 한 유시민·이인영·임종석의 86 운동권 그룹과 정동영·정세균·손학규가 이끈 실용·전문가 그룹이 정책과 국정 운영 방식을 놓고 끊임없이 부딪혔다.

열린우리당이 무너진 뒤에도 민주당은 분열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멀리는 안철수·김한길 세력의 탈당, 가까이는 지난 대선 때 이낙연·비명계의 이탈이 대표적이다.

현 여권의 노선 갈등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이견만 해도 정청래가 반대하고 정성호 등 친명 측근들이 찬성하는 구도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이 내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지만, 그 밑바닥에는 민주당을 진보 정체성을 우선하는 정당으로 만들 것인가,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실용 정당으로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견해차가 깔려 있다.

외면하는 문재인과 안철수 외면하는 문재인과 안철수

(광주=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5.18 36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2016 민주대행진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옛 전남도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16.5.17
hkmpooh@yna.co.kr

◇ 정청래와 김민석, 그리고 송영길

민주당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노무현 좌절의 쓰라린 경험과 검찰 트라우마 속에서 진보가 천신만고 끝에 배출한 이 대통령의 실용 노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내심 마뜩잖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내세운 정청래와 확장성을 내세운 김민석 모두 저마다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도 이 딜레마를 키운다. 정청래는 윤석열과 검찰에 정면으로 맞서 통쾌함을 안겨준 사이다 같은 존재지만 확장성과 재집권 기여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민석은 대야 전략에 능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이 되겠지만 노무현을 외면했던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깊다.

그래서 친문도 아니고 운동권도 아니라는 송영길의 경쟁력을 관심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청래가 김민석의 과거를 헤집을수록 송영길이 어부지리를 얻는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그러려면 당대표를 지낸 인물이 김민석을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로 비치는 것부터 지워야 할 것이다.

당원들은 누구를 선택하든 부담을 떠안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선거 양상도 최선 대신 차악을 고르는 비호감 선거로 흐르고 있다. 후보들은 자기 색채를 내세우기보다 약점과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jah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