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표 소장은 경찰의 미래 모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표 소장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대학 교수 등을 지낸 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인재 영입 1호 인사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의원 시절 수사와 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힘을 쏟았다. 이후 그는 2019년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최근 장윤기 사건을 필두로 한 경찰 수사의 난맥상과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털어놨다. 표 소장은 “개혁의 논의 절차 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기회가 경찰 조직 또한 해묵은 문제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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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견제 장치, 보완수사권만이 답 아냐”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초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에 이어 검사의 직접 수사 뿐만 아니라 보완수사까지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현재 추진안의 주요 내용이다. 다만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와 유착 의혹 등이 불거지며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표 소장은 이에 대해 “필요한 지적이지만 보완수사권 존치만이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를 한 경찰에게 전권을 주고 기소 전 단계까지 어떤 검증도 없다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는 게 경찰의 수사 왜곡, 증거 인멸과 같은 권한 남용을 막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완수사권이 아니더라도 경찰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는데 논의의 촛점이 보완수사권에 매몰돼 있다는 게 표 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프랑스나 독일처럼 사법부에 의해 조금 더 직접적이고 탄탄한 통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며 “영국처럼 경찰 수사에 대한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두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방안이 가장 적합한지를 충분히 검토해보지 않고 단순히 ‘장윤기 사건과 같은 문제가 우려되니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갖는 원래 방식을 유지하자’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사회적 약자 범죄 등에 예외적으로 검찰 보완수사권을 존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표 소장은 “법체계상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인 부분조차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미봉책”이라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든 일부 존치하든 그게 무엇이든 결국 약자와 소수자들이 혹시라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관계없이 경찰의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는 것이 당연해진 만큼 경찰에 대한 견제 방안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표 소장은 “보완수사권 폐지든, 일부 존치든 과거보다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완화되는 것”이라며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추가적으로 외부에 경찰 수사에 대해 견제하는 기구를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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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성찰 필요…“정의·사명감 가진 사람 있어야”
표 소장은 특히 경찰 조직 문화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 조직 전체의 화합과 조직력 강화 등을 위해 지나친 ‘상명하복’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고위직 경찰들이 승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표 소장은 “경찰이 된다는 것은 내 부모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수갑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경찰 채용 과정은 그런 부분을 충분히 검증하고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머리가 더 좋은 사람보다는, 투철한 정의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양심과 법에 따라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어떤 자리가 더 승진에 유리한지, 아니면 편안할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 문화라면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것”이라며 “경찰 조직 전체가 경찰헌장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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