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이연주 기자] 정부가 하반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규율 체계를 구축하는 법안 제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발행 자격 요건과 준비자산의 성격, 감독 체계 설정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상반기부터 블록체인 기술 검증을 이어온 은행권은 입법 세부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반기 디지털자산법 추진…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립
정부는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입법은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을 고려해, 발행과 유통 기준을 정립하고 이용자 보호 장치를 제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가치 안정성을 담보할 준비자산의 관리와 상환 체계가 핵심 규제 대상으로 꼽힌다. 준비자산의 적정 보유 비율, 자산 구성의 안전성, 정기적인 공시 의무화 등이 구체적인 논의 대상이다.
김형섭 카이스트 경제대학원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다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안정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발행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기술 검증 지속…“법안 통과 후 본격 사업화”
시중은행들은 제도화 이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검증과 인프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과의 기술 협력은 물론, 개별 은행 차원의 상표권 출원과 개념검증(PoC) 등의 실증사업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다만 실제 서비스 출시와 발행 여부는 법적 자격 요건과 준비자산 기준이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질 전망이다. 아직 규제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개별적인 독자 사업보다는 은행권 공동 실증사업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인프라를 타진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안이 통과돼야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개별 은행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은행권 공동 PoC 등 공통 사업 위주로 기술적 완성도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 자격·감독 권한 ‘2대 변수’…시장 판도 가른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지점은 발행 자격의 범위다. 발행 주체를 공신력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로 제한할지, 혹은 자격 요건을 갖춘 비은행 민간 사업자까지 넓힐지에 따라 시장의 판도와 경쟁 구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준비자산의 안전한 보관 방식과 상환 구조 보장 방안을 비롯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감독 권한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편의성을 확보하면서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김형섭 교수는 “가장 큰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라며 “은행 중심으로 갈지, 민간에도 발행을 허용할지가 핵심이며, 이에 따라 시장 안정성과 신뢰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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