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우주 시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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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우주 시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에스콰이어 2026-07-19 22:00:00 신고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선보인 우주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을 표현한 퍼포먼스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독창적인 연출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취리히에서 관람했던 거장 한스 짐머의 라이브 콘서트가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당시 영화 〈인터스텔라〉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암전된 공간 속에서 디스코볼 의상을 입은 공중 곡예사가 천장 높이 떠오르며 빛과 음악에 맞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그 순간 강렬한 전율과 함께 ‘이 장면을 시계 박람회로 가져온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렇게 ‘우주 발레(Space Ballet)’라는 콘셉트가 탄생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지상에서 무중력 상태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리한 시각적 트릭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관객이 실제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원근감, 가구와 구조물의 비례, 그리고 조명의 각도까지 매우 정교하게 계산했습니다. 수많은 요소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듬은 끝에 의도했던 우주적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물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를 전공하셨는데, IWC의 시계 디자인에서도 바우하우스와 클래식 모더니즘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정확한 관찰입니다. 저는 클래식 모더니즘이 현대 럭셔리 산업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거장들은 최고급 소재와 완성도 높은 비례를 바탕으로 가장 현대적인 형태를 만들어냈기에, 럭셔리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이들이었습니다. IWC 역시 같은 철학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화려함을 위한 인위적인 장식을 더하지 않으며, 복잡함을 과시하기 위해 시계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대신 순수함과 간결한 표현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합니다. IWC ‘인제니어’ 모델이 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입니다. 결코 과시적이지 않지만,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시계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IWC 파일럿 워치 탄생 90주년입니다. 오늘날 파일럿 워치가 지니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파일럿 워치의 역사는 결국 형태와 기능의 완벽한 결합입니다. 과거의 파일럿 워치는 조종사의 임무 수행과 안전에 직결된 정밀 측정 기계였습니다. 오늘날 파일럿 워치는 더 이상 조종석에만 머무르는 도구가 아니라, 폭넓은 대중이 즐기는 세련된 스포츠 워치로 진화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파일럿 워치 고유의 본질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1930년대 민간 및 군용 조종사를 위해 제작된 초기 모델부터 마크 11(Mark 11), 빅 파일럿(Big Pilot)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축적된 유산이 오늘날의 IWC 파일럿 워치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견고한 전통 위에 현대적인 컬러, 혁신적인 기술 및 소재를 더해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 IWC.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 IWC.

VAST와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Pilot’s Venturer Vertical Drive)’는 IWC의 무대를 우주로 확장했습니다.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가장 큰 기술적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IWC의 우주 프로젝트는 2021년 프랑스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가 국제우주정거장 임무에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를 착용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현대의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의 시간 관리 시스템을 디지털로 운용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아날로그 크로노그래프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는 우주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시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안전성과 사용성이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이동할 때 우주선 내부 장비에 걸리지 않도록 돌출된 모서리와 후크를 배제하고, 크라운 구조를 최소화했습니다. 또한 두꺼운 우주복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핵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회전 베젤 기반의 새로운 컨트롤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습니다. 소재 역시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을 향한 면의 온도가 섭씨 140℃ 이상까지 상승합니다. 시계가 급격히 가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전도율이 낮은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를 적용했습니다. 동시에 강렬한 태양광 반사를 방지하고 눈부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이얼과 베젤에는 완전한 매트 블랙 마감을 적용하여 시인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과의 장기 파트너십 역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IWC에게 F1은 어떤 의미인가요?

메르세데스-AMG와의 파트너십은 20년 이상 이어져온 협업으로, 전 세계 시계 브랜드와 자동차 제조사의 관계를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와 깊은 유대를 자랑합니다. 과거의 F1이 자동차 애호가 중심의 전문 스포츠였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를 계기로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드라이버와 엔지니어, 그리고 메르세데스 F1의 토토 울프 대표 같은 인물들의 인간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대중에게 전달되면서 F1은 전 세계가 열광하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특히 마이애미 그랑프리를 기점으로 F1은 패션, 음악, 스니커즈, 푸드 문화가 결합된 거대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IWC 역시 루이스 해밀턴, 조지 러셀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단순한 레이싱 후원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럭셔리 워치 시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과 차별화되는 한국 시장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을까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들의 높은 시계 지식 수준과 워치메이킹을 향한 순수한 열정입니다. 전 세계를 둘러봐도 한국만큼 시계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하면서 뛰어난 스타일 감각까지 갖춘 시장은 드뭅니다. 최근에는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시계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아지고 있으며, 보다 스포티한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과거에는 큼직한 다이얼이 매력적인 ‘포르투기저’ 컬렉션이 강세였다면, 최근에는 ‘인제니어’ 컬렉션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IWC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케이스 크기를 줄인 고성능 스포츠 워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전면 발광 세라믹 소재 ‘세라룸Ⓡ(Ceralume®)’은 단순한 소재 혁신을 넘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IWC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통해 기계식 시계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습니까?

기계식 시계는 이성적인 필수품이라기보다 감성과 영감을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IWC에게 혁신이란 단순히 기술적 스펙을 높이는 경쟁이 아니라,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이자 하나의 즐거운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세라룸 프로젝트는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완벽한 전면 발광을 구현하기까지 3년이 넘는 연구 개발 기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우리 고객들은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의 개발 과정과 연구진이 겪은 도전의 여정까지 함께 경험하고 공유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시계는 낮에는 세련되고 순백의 조형미를 보여주지만, 어두운 환경으로 들어가는 순간 강렬하게 빛을 발합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놀라운 ‘파티 트릭’이자, 기계식 시계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유희라고 생각합니다. 장인정신과 유희성이 만나는 지점,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정의하는 혁신이자 미래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IWC를 정의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IWC는 ‘워치메이킹의 엔지니어(The Engineers of Watchmaking)’입니다. 절제된 디자인 속에 자신감이 담겨 있으며, 기술적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갖춘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다시 말해, 형태와 기능의 완벽한 균형을 구현하는 최고의 ‘툴 워치메이커’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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