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와 잡티 등 눈에 보이는 색소 병변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던 피부 레이저 치료가 얼굴 전체의 안색과 피부 결, 광채, 피부 장벽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대한피부레이저학회는 19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제27회 하계학술대회'를 열고 레이저 치료에 찾아온 새 패러다임을 집중 조명했다.
이날 학회는 다양한 주제 강연을 통해 색소질환의 발병기전부터 최신 에너지 기반 장비(EBD), 실제 치료전략과 부작용 예방법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레이저 치료의 새 패러다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한피부레이저학회 이종희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색소치료는 개별 병변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부 톤과 안색, 환자가 체감하는 전반적인 피부 인상을 함께 고려하는 맞춤형 치료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노하우를 얻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색소 넘어 안색 전체를 본다
첫 번째 핵심은 ‘안색’에 대한 시각의 변화였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이동훈 교수는 안색이 멜라닌과 헤모글로빈의 양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 표면의 매끄러움과 투명감, 광채, 톤의 균일성, 미세 피부 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피부에 닿은 빛이 표면에서 반사되고 진피에서 산란되는 과정까지 고려해야 실제로 맑고 건강해 보이는 피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빌라드스킨피부과 박영운 원장도 색소와 혈관이 충분히 조절됐는데도 환자가 기대하는 맑고 밝은 피부 톤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부 표면의 거칠기, 수분 상태, 콜라겐의 질, 미세염증, 모공과 피지 등이 모두 안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레이저와 EBD, 주사치료를 조합해 피부의 광학적·진피적 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미·ABNOM도 치료전략 달라
동일한 색소질환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비교한 세션도 관심을 모았다.
기미 치료를 두고 하늘느낌피부과 최천필 원장은 에너지 기반 장비 중심 접근을, 하얀J피부과 주현중 원장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복합 접근을 각각 제시했다. 기미는 단순한 색소침착이 아니라 혈관과 염증, 진피 환경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질환인 만큼 환자 상태와 질환 활성도에 따라 치료 강도와 병합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후천성 양측성 오타모반양반점인 어브놈(ABNOM) 치료에서도 순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CNP차앤박피부과 김현조 원장은 기미와 흑자 등 표피 병변이 함께 있는 경우 정확한 감별을 바탕으로 표피 병변을 먼저 다루는 전략을 소개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오세진 교수는 치료기간을 좌우하는 핵심 병변이 진피에 있는 만큼 진피색소를 먼저 줄이고, 기미는 자외선차단과 약물치료로 관리한 뒤 안정된 표피 병변을 마지막에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접근을 제시했다.
이는 색소질환 치료에서 특정 장비나 일률적인 순서보다 병변의 깊이와 동반질환, 재발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최신 장비도 ‘피부재생’과 ‘회복’에 초점
새로운 EBD와 응용치료를 다룬 세션에서는 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염증 조절과 회복기간 단축, 재생효과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명동벤자민피부과 심준호 원장은 피부 건조와 거친 피부결, 초기 노화, 민감성 피부에서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기반 치료를 염증 환경을 조절하고 피부 회복능력을 돕는 재생치료 관점에서 소개했다.
오월의아침피부과 박준홍 원장은 미세 얼음입자를 초음속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활용해 유효성분의 피부 침투를 높이고 레이저치료 뒤 열감과 염증반응을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도포치료의 낮은 흡수율과 주사치료의 통증·다운타임 사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고주파 장비가 리프팅뿐 아니라 피부조직과 색소환경에 미치는 변화를 살폈고, 서아송피부과 서석배 원장은 미세절제 깊이와 열손상을 조절해 피부 표면부터 심부까지 맞춤형 재생을 유도하는 레이저 활용 경험을 공유했다.
학회는 이처럼 최신 장비를 단순히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피부 손상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회복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조명했다.
■색소 제거 전 염증부터 잡아야
마지막 전문가 세션에서는 치료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원칙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릴흑피증을 만성 염증성 색소질환으로 보고, 활동기에는 레이저보다 피부장벽 회복과 자극원 회피, 염증 조절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야 색소·혈관 레이저와 미백치료를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악화와 재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염색약 등 유발요인 회피와 환자교육, 심리적 지지도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는 레이저 후 염증후색소침착 위험이 높은 환자를 미리 선별하고 피부형과 적응증에 맞게 시술조건을 조정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색소에 민감한 환자에서는 시술 전후 염증과 멜라닌 활성화를 최소화하는 관리가 치료결과를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는 소아 색소질환의 경우 병변 종류에 따라 장비와 치료간격, 기대효과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피멜라닌세포증은 시술 후 색소 잔여물이 충분히 제거될 수 있도록 약 6주에서 2개월 간격을 두는 것이 권고되며, 밀크커피반점은 병변 크기와 경계, 동반질환에 따라 반응과 재발 가능성이 달라 치료 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태하한승경피부과 이근수 원장은 색소 병변만 떼어내 볼 것이 아니라 주변 피부조직의 노화와 미세혈관, 세포외기질 변화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색소질환은 한 번의 시술로 끝나지 않는 만큼 시술 전후 관리와 콜라겐 재생, 과증식된 미세혈관 관리가 치료기간과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학술대회는 색소치료가 더 이상 특정 병변을 빠르게 없애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색소의 깊이와 염증, 혈관, 피부장벽, 피부 결을 함께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과 레이저, 고주파, 재생치료를 단계적으로 조합하는 방향으로 진료가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피부레이저학회는 앞으로도 색소와 혈관, 피부재생 분야의 기본 원리와 최신 임상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피부과 전문의의 치료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