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돌보다] 요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실버타운이든, 누우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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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의 돌보다] 요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실버타운이든, 누우면 죽는다

여성경제신문 2026-07-19 16:00:00 신고

3줄요약

휴대폰 배터리가 1% 남고서야 보조배터리를 찾는 게 사람 마음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고, 건강검진 결과지에 빨간불이 켜지고, 부모님이 수술대에 누워야 "미리 대비할걸" 후회한다. 초고령사회도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 몸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 18.6% 가운데 돌봄을 받는 비율은 47.2%에 그쳤다. 자식도, 국가도 내 노후를 온전히 책임져주지 않는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복지 전문 기자 김현우의 연재 '돌보다'가 진짜 노후 준비가 무엇인지 뜯어본다. 

요양시설의 과도한 편안함이 노년층의 신체 기능을 퇴화시키는 폐용증후군을 부른다. 노년 건강은 휠체어 대신 스스로 걷고 밥을 먹는 규칙적인 움직임에 달렸다. /챗GPT
요양시설의 과도한 편안함이 노년층의 신체 기능을 퇴화시키는 폐용증후군을 부른다. 노년 건강은 휠체어 대신 스스로 걷고 밥을 먹는 규칙적인 움직임에 달렸다. /챗GPT

편안함이라는 이름의 독(毒)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여유가 있다면 실버타운에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이제 고생 끝이세요. 편히 누워만 계세요. 밥도 다 떠먹여 드리고, 씻겨 드리고, 어디 가실 땐 휠체어로 모실게요."

효자·효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실패했다. 부모님을 '기능 저하의 출발선'으로 등 떠미는 격이다. 편안함이 노년의 남은 생명줄마저 똑 끊어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몸은 정직하다. 안 쓰면 퇴화한다.

박미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9일 여성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경고했다. "노년엔 지금 얼마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그녀에게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물었다. 

평소 체력 좋던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짜증과 우울증을 쏟아낸다면? 늙으면 으레 그러려니, 혹은 치매 전조 증상이려니 넘겨짚기 십상이다. 하지만 병원 검사를 해보니 췌장과 신장에 자가면역성 염증 질환이 확인된 사례도 확인된다. 노인의 우울이나 짜증은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처절한 구조 신호일 때가 많다.

게다가 복약 관리는 어떤가. 보호자가 약봉투를 확인해 보니 어떤 날은 세 번 먹고, 어떤 날은 아예 안 먹었다. 콜레스테롤 약처럼 당장 몸에 티가 안 나는 약일수록 더 빼먹기 쉽다. 기억력 저하와 신체 기능 저하, 그리고 우울감은 이렇게 3인 4각으로 단단히 묶여서 온다.

기적을 만든 건 '규칙적인 움직임'

우리가 요양원을 고를 때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우리 부모님 털끝 하나 안 다치게 해주는 곳'을 최고로 친다. 낙상을 막겠다며 침대 난간을 꽁꽁 올려두고, 행여 넘어질까 봐 밥 먹을 때도 침대 위에서 해결하게 하며, 거실 이동조차 휠체어로만 모시는 시설 말이다.

겉보기엔 안전하고 친절해 보이지만, 실상은 최악이다. 사고를 줄이는 가장 완벽하고 쉬운 방법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어두는 거다. 하지만 옷 단추 꿰는 게 느리다고 요양보호사가 후다닥 다 채워주고, 밥 흘린다고 입에 떠넣어 주면 어떻게 될까.

손가락을 쓸 기회를 잃은 근육은 굳어버리고, 씹고 삼키는 힘마저 빠르게 사라진다. 침대에 누워만 지내다 온몸의 근력과 심폐 기능이 망가지는 '폐용증후군(Disuse Syndrome)'은 그렇게 조용히 찾아온다. 욕창 역시 움직이지 못해 생기는 참혹한 훈장이다.

진짜 돌봄은 '기다려 주는 것'

진짜 훌륭한 돌봄은 속이 터져도 어르신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비틀거리더라도 제 발로 화장실에 가도록 끝까지 '기다려 주는' 돌봄이다. 요양원 상담을 갈 때는 "낮에 어르신들이 침대 밖으로 나와 있는 시간이 몇 시간입니까? 식사는 침대가 아니라 식탁에 앉아서 하십니까?"를 물어야 하수(下手)를 면한다.

관련 기사 : [김현우의 돌보다] "새벽 2시 근무자를 물어라"···좋은 요양 시설 고르는 법

돌봄의 목표는 감수해야 할 위험은 적절히 관리하되, 남은 기능과 근력을 싹싹 긁어모아 '사람답게 살아가는 하루'를 지켜내는 것이다.

노년의 생명줄은 비싼 산삼이나 영양제 캡슐 안에 들어있지 않다. 아침에 스스로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앉는 힘,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기어코 밥을 떠먹는 그 끈질긴 숟가락질에 있다. 차고에 박힌 클래식 카는 굴러야 차(車)고, 사람은 움직여야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다. 이 투박하고 냉정한 진리를 잊어선 안 된다. 누우면 끝이고, 움직여야 산다.

*다음은 박미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박미선 교수와의 인터뷰는 여성경제신문 기회 <명의> 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미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만나 본지 특별기획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정수 기자
박미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만나 본지 특별기획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정수 기자

ㅡ 요양원에 갈 정도의 상태가 되기 전, 60~70대에서 미리 나타나는 신호가 있을지

"치매만의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치매와 우울은 서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여러 질환이 생기면 우울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이 원인이라기보다 몸이 힘들어지면서 나타나는 결과인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기억력과 감정의 변화다. 예전 같지 않게 약을 자꾸 빼먹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평소보다 쉽게 화를 내거나 의욕이 떨어지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그냥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ㅡ 병원에서는 어떤 경우를 가장 먼저 이상 신호로 보나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약은 먹어도 몸에서 바로 변화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쯤 빼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호자를 함께 모시고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약을 먹는 것을 반복해서 잊는 것은 기억력 저하가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ㅡ 교수님 가족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다

"제 어머니도 그랬다. 원래 체력이 굉장히 좋은 분이라 본인도 몸에 문제가 생긴 줄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말씀을 자주 하셨다.

검사를 해보니 췌장과 신장에 자가면역성 염증 질환이 발견됐고, 요관에도 추가 검사가 필요한 병변이 있었다. 여러 치료를 진행하면서 혼자 생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돌봄 시설에 입주했다.

입주 후에는 식사를 제때 하고, 운동시설을 이용하고, 목욕도 규칙적으로 하면서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염증도 많이 호전됐다. 불과 6개월 만에 나타난 변화였다."

ㅡ 돌이켜보면 이미 이상 신호가 있었던 것인지

"그렇다. 병원은 꾸준히 다니셨지만 약을 제대로 드시지 못했다. 돌봄 인력을 붙여 확인해 보니 어떤 날은 약을 세 번 드시고, 어떤 날은 아예 안 드시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기억력이 들쑥날쑥했던 것이다. 기억력 변화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신호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감정 변화도 중요하다. 이전보다 예민해지고, 쉽게 화를 내고, 의욕이 떨어지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봐야 한다."

ㅡ 이미 요양원에 입소해 대부분 침대에 누워 지내는 분들은 어떤 영양제를 먹는 것이 좋을지

"사실 특정 영양제가 답은 아니다.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은 액상 영양식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스스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아직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분을 너무 이른 시기에 시설에 보내 모든 것을 대신해주기 시작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점점 잃게 된다.

스스로 하던 일을 하지 않게 되면 기능 저하도 더 빨라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혼자서는 어려운 단계가 됐을 때 시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ㅡ 나이가 들수록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사람은 먹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혈액순환도 결국 몸을 움직여야 제대로 이뤄진다. 젊을 때는 한두 끼를 거르더라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장기의 여유가 줄어든다. 식사 시간을 놓치면 금세 기운이 떨어지고 감정 조절도 어려워질 수 있다.

진료실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평소에는 검사 결과를 차분하게 다시 물어보시던 분도 몸이 힘든 날에는 같은 설명조차 버거워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도 늘어난다.

해서 고령층에서는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 영양제를 권하는 것도 음식 섭취가 부족한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ㅡ 결국 노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매일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스스로 먹고, 소화하고, 움직일 때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양원에 입소했다고 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지내서는 안 된다. 움직임을 잃는 순간 몸의 기능도 함께 무너지기 시작한다. 노년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오늘도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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