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구조적 한계"…검경 협력·수사 전문성 강화 필요
전문가들 "부실수사만의 문제 아냐…권한보다 협력체계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조현영 기자 =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해마다 늘고 경찰 미제 사건이 증가하면서 형사사법 절차 전반의 지연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부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수사 업무 부담을 둘러싸고 자조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구조적으로 경찰 수사는 양이 너무 많고 인프라와 인력은 부족하다", "차라리 수사는 검찰이 전담하는 게 낫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돌려보낸 사건은 11만623건으로, 시행 첫해인 2021년과 비교해 4년 새 27.2% 늘었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해 등록한 미제 사건도 4년 연속 연간 20만건을 넘겼고, 사기 사건 미제는 지난해 8만건을 넘어 2018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면 동일 사건을 두 차례 이상 들여다봐야 하는 만큼 수사 인력과 시간이 추가로 투입된다.
그만큼 다른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피해자 구제와 피의자 사건 종결도 지연되는 등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보완수사 요구 증가를 단순히 경찰 수사의 부실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증거나 법리 등을 보완하도록 하는 절차"라며 "경찰 수사가 부실해서라기보다 기소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복되는 보완수사 요구가 일선 수사 부담을 키우는 만큼 근본적인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경찰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지만,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초기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고 기관 간 협력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찰은 절대적인 인력 부족보다 실무 인력 배치의 비효율이 더 큰 문제"라며 "기능별 칸막이를 줄이고 내근 업무 일부를 전문인력으로 대체하는 등 조직 운영 방식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되면 수사관 한 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많이 늘어나 사건 지연이나 장기 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관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처우와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보완수사 요구를 반복해서 받는 경우에는 책임을 묻는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수사 경찰에게는 승진과 처우 개선 등 실질적인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초기 수사를 충실히 할 유인을 만들어야 보완수사 요구와 미제 사건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형사사건 자체를 줄이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소·고발이 많은 편인 만큼 당사자 간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거나 민간 중재를 활성화하는 제도를 확대하면 경찰의 수사 부담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기능 축소 이후 보완수사 요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김선택 명예교수는 "현재도 대부분의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 방식으로 처리되는 만큼 직접 보완수사 기능이 축소되더라도 요구 건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수사 단계에서 검경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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