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의 교역조건을 크게 개선시키며 내수 회복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정보통신(IT) 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된 만큼 그 성과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에 따르면 최근 교역조건 개선은 과거와 달리 국제유가 하락이 아닌 반도체 가격 강세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교역조건 개선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국내총소득(GDI)은 GDP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13.2%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단기적인 수급 요인이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지속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양호한 교역조건이 상당 기간 유지되면서 GDI 증가세도 이어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내수에 미치는 파급효과 역시 과거와 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 측면에서는 과거 유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일시적인 소득 증가로 인식된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 중심의 구조적 수요가 수출가격 상승과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며 소득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여기에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회복세도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역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에는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시차를 두고 투자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은 AI 확산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국제유가 안정세가 맞물릴 경우 이번 교역조건 개선의 충격 규모와 지속성이 과거보다 커지면서 내수 파급효과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가 IT 산업과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내수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임금 상승과 자본이득이 한계소비성향 및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에 집중됐고, IT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은 업황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투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산업 역시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조장비의 높은 수입 의존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해외직접투자 확대 등도 내수 확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다애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이번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교역조건의 큰 폭 개선은 향후 내수 증가세를 지지하는 핵심 동인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 혜택이 일부 산업과 계층에 편중돼 있는 만큼 거시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중장기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IT 주도의 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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