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식당이 매장에서 술을 판매하지 않고 손님이 외부에서 직접 구매해 오도록 영업 방식을 바꿨다. 기존 주류 납품업체와 거래를 중단하려 했지만 다른 도매업체들이 납품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식당이 매장에 붙인 주류 이용 안내문이 퍼졌다. 안내문을 작성한 식당 업주 B씨는 손님이 소주나 맥주 등을 직접 구매해 가져오면 매장에서 마실 수 있다고 밝혔다.
식당 측은 영업 방식을 바꾸기 전 제주시 위생 담당 부서와 세무서 등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외부에서 직접 구입한 술을 식당에 가져와 마시는 방식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식당 직원이 손님의 카드나 현금을 받아 편의점 등에서 주류를 대신 구매하는 방식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 법령에 어긋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내문에는 손님이 직접 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이용에 불편을 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 납품가격 확인 뒤 거래처 변경 시도
B씨가 주류 판매 방식을 바꾼 것은 납품 가격을 확인하면서부터다. 그는 약 10년 동안 한 주류업체와 거래해 왔다고 밝혔다.
이후 지인이 새로 식당을 열게 되자 자신이 거래하던 업체를 소개했다. 지인이 여러 주류업체의 견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의 소주 납품가격이 다른 곳보다 한 상자당 5000원에서 1만원가량 비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도 같은 가격으로 술을 공급받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랜 기간 거래한 업체를 믿어 왔던 만큼 가격 차이를 확인한 뒤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 거래처 변경 요청한 식당에 납품 거절
B씨는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끝내고 다른 주류업체에서 술을 공급받으려 했다. 그러나 제주 지역 업체들에 납품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의 기존 거래처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상도덕’이 이유로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B씨는 주류업체들이 서로 거래처를 넘겨받지 않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사연을 SNS에 공개한 A씨도 제주에서는 다른 업체가 이미 술을 공급하는 음식점과 새로 거래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국 B씨는 도매업체를 바꾸지 못하자 식당에서 주류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 거래처 제한 적발된 제주 주류협회
이번 식당 사례의 사실관계와 별개로 제주 주류 도매업계에서는 업체 간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전례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제주지역주류도매업협회가 회원사들의 거래처 경쟁을 막은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협회는 2018년 ‘거래정상화협의회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기존 거래처에는 다른 회원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새로 문을 연 사업장에서만 경쟁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협회는 소매점에 공급하는 주류 가격도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주류 도매업체 사이의 가격과 거래처 경쟁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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