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육아시간 썼다고 눈칫밥···아픈 아이 키우면 퇴사가 답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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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육아시간 썼다고 눈칫밥···아픈 아이 키우면 퇴사가 답인 나라

여성경제신문 2026-07-19 14: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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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시간 써서 설거지하러 가냐.” “재활치료를 왜 또 가냐.” “계속하려면 퇴사해라.”

희귀질환 자녀를 키우는 한 직장인이 상사에게 들은 말이다. 아이의 질환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이유를 이미 설명했지만 복무규정으로 보장된 육아시간을 사용할 때마다 비슷한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평일에 일하다 육아시간을 써 아이를 재활치료실에 데려갔다. 토요일에도 치료가 이어졌다. 유일하게 쉬는 날로 꼽은 일요일에도 아이가 아프거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돌봄은 계속됐다.

치료비를 벌려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이 가정은 아이의 재활치료에 매달 약 70만원을 부담했고 입원하면 수백만원의 병원비가 추가됐다고 했다. 생활비까지 마련하려면 맞벌이를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육아시간을 사용하자 일이 적어서 자리를 비우는 것 아니냐며 업무를 더 주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퇴사하거나 치료를 줄이라는 식의 압박이 이어졌다.

치료비 벌려면 직장 지켜야

희귀질환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직장은 경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생계 기반이다. 한쪽 부모가 일을 그만두면 치료에 동행할 시간은 늘지만 가구 소득은 줄어든다. 맞벌이를 유지하면 정기 진료와 검사, 재활치료와 입원이 근무시간과 겹친다.

일반 가정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 희귀질환 가정에는 장기간 반복되는 치료 일정이 더해진다. 어린이집과 학교의 등하원뿐 아니라 재활치료에 동행하고 갑작스러운 입원과 검사에도 대응해야 한다. 병원·재활·교육 정보가 기관별로 흩어져 있으면 필요한 지원을 찾고 연결하는 일까지 부모가 맡는다.

이 직장인이 사용한 육아시간은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 제도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은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공무원이 자녀를 돌보기 위해 36개월 범위에서 하루 최대 2시간의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도 같은 연령과 기간 기준을 두고 있으며 세부적인 사용 기준과 절차는 관련 규정과 조례에 따른다.

제도를 사용할 때마다 치료의 필요성을 해명해야 한다면 이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용을 명시적으로 막지 않더라도 업무를 더 주겠다고 하거나 휴직·퇴사를 반복해서 거론하면 부모에게는 실질적인 압박이 된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보장된 시간을 쓰는 일이 관리자 개인의 이해와 배려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장기 치료, 단기 제도만으론 부족

일반 근로자에게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가족돌봄휴가·휴직 등이 마련돼 있다. 오는 8월 20일부터는 자녀의 입원이나 휴원·휴교, 방학 등 단기간의 돌봄 공백에 대응해 연 1회, 1주 또는 2주간 단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단기 돌봄 공백을 줄이는 개선이지만 매주 이어지는 재활치료와 수년간 반복되는 진료를 병행하려면 지속적인 근무 조정도 필요하다.

정부도 올해 발표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에서 기존 정책이 의료 지원에 치우쳐 간병과 돌봄, 재활, 마음건강 등 복지 수요를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희귀질환 실태조사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토대로 환자 맞춤형 의료·복지 연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부모가 반복되는 치료에 동행하면서 직장생활을 이어갈 방법이나 장기간 쌓이는 심리적 소진을 지원할 구체적인 사업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 부모도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자 심리적·정신적 지원을 먼저 꼽았다. 직장에서 들은 말이 계속 떠올라 스트레스를 받았고 실제 이직과 퇴사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아이를 치료하려고 직장과 병원을 오가는 부모에게 “그럴 거면 그만두라”는 말은 생계와 치료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이 된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는 것과 함께 가족이 무너지지 않고 치료를 이어갈 조건도 희귀질환 정책 안에서 다뤄야 한다.

아픈 아이 키워도 일할 수 있어야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이다. 저출생 시대에는 출산을 지원하는 것만큼 이미 태어난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개인의 희생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희귀질환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직장을 떠나면 가구에는 소득 감소와 경력단절이 남는다. 직장에도 인력 공백이 생긴다. 반복되는 진료와 재활치료에 맞춰 육아시간과 휴가·휴직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근로시간 단축이나 장기 휴직에 따른 소득·경력 손실을 줄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의료·재활·교육 정보를 한곳에서 안내하고 부모가 지치기 전에 이용할 수 있는 심리상담과 휴식 지원도 필요하다.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는 사회라면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직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희귀질환 자녀를 치료하기 위해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부모에게 경력단절과 소득 감소가 당연한 대가가 돼서는 안 된다. 부모가 생계와 경력을 유지하며 아이의 치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가 저출생 시대의 가족정책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만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양육을 위해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여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합계출산율= 한 여성이 임신 가능한 연령(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 국가의 저출생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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