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에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웠던 중저가 지역의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강남권 고가 전세보다 노원·중랑·구로 등 외곽 자치구의 전세 품귀가 먼저 두드러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지는 모습이다.
19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중랑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84건으로 1년 전 412건보다 78.7% 줄었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1086건에서 304건으로 72.1% 감소했고, 구로구도 71.5% 줄었다.
금천구 전세 매물은 71.2%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65.6%, 관악구는 65.0%, 도봉구는 62.3% 줄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율이 1년 새 약 1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중저가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의 감소 폭이 유독 크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서울 전세시장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거래금액은 6억6015만원이다. 반면 노원구는 3억4060만원, 구로구는 4억2323만원, 중랑구는 4억3871만원으로 서울 평균을 크게 밑돈다.
노원구 평균 전세가격은 서울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구로구도 서울 평균의 64.1%에 그친다. 강남권이나 도심권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신혼부부, 청년층, 무주택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였던 구간의 매물부터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세난은 고가 지역에서 확산되는게 아니라 중저가 지역에서부터 체감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같은 서울 안에서 가격을 낮춰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중저가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 월세 전환이나 경기·인천 등 외곽 이동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 매물 감소의 한 축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다. 정부는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으로 넓혔다. 이에 따라 새로 지정된 자치구에서도 주택 매수자는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지게 됐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매수자가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고, 기존에 전세로 나올 수 있던 물량은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 특히 투자 수요와 실거주 수요가 함께 움직였던 중저가 지역일수록 전세 공급 축소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증가도 전세 매물 부족을 키우고 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신규 계약 비중은 지난 1월 52.6%에서 지난달 45.0%로 낮아졌다. 반대로 재계약 비중은 47.4%에서 55.0%로 높아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새 전셋집을 찾기보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며 “신규 계약은 오른 시세가 바로 반영되지만, 재계약은 기존 보증금을 기준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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