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 시술 선납 진료비와 관련해 단순 변심이나 불만족 등을 이유로 소비자의 환불을 막거나 양도를 금지했던 일부 의원의 약관이 개선됐다. 계약 해지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항 등이 무더기로 시정 대상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개 피부과·성형외과의 선납 진료 이용 약관을 심사해 계약 해지 제한과 과도한 위약금, 선납진료권 양도 제한 등 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에서는 여러 시술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며 진료비를 미리 결제하는 ‘선납 진료’가 확산하고 있다. 할인 혜택을 앞세운 이벤트 상품이 늘면서 소비자 이용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선납 진료는 소비자가 큰 금액을 먼저 내는 구조인 만큼 개인 사정 등으로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환불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선납 진료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1천15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88건에서 2024년 449건으로 3년 만에 5배 넘게 늘었다.
이에 공정위는 2023~2024년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접수 사례가 많았던 의원 15곳을 대상으로 이용약관을 점검해 환불 관련 규정 등을 자진 시정토록 했다.
이들 의원의 약관에는 시술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나 불편을 환불 사유로 인정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환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결제 금액의 20~30%를 위약금으로 공제토록 정한 의원도 있었다.
의료진이나 직원의 중대한 과실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면책 조항을 둔 사례도 확인됐다. 부작용 등을 이유로 환불받은 경우 추가적인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선납진료권의 양도·판매를 금지한 약관도 포함됐다. 지정 의사가 퇴사한 것 역시 환불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곳도 발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약관 조항이 모두 소비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사례라며 시정을 요구했고, 해당 의원들은 자진 시정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요구할 경우 이미 받은 시술 비용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토록 약관을 고치라고 요구했다.
또 소비자에게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사업자의 고의·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은 약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의원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약관 조항은 삭제하고, 고의·과실로 발생한 손해는 의원이 배상토록 약관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민법상 채권은 원칙적으로 양도가 가능한 만큼 선납진료권도 제3자에게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지정 의료인이 퇴사해 다른 의료진으로 변경되는 데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환불이 가능토록 약관을 손질하라고 했다.
공정위는 선납 의료 분야에서 빈번한 취소·환불 분쟁과 관련해 잔여 대금 환불 기준, 부당한 양도 금지 조항을 앞으로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모든 의원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약관 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의원 15곳은 ▲다시봄날의원 ▲닥터에버스의원 ▲미앤미의원 ▲뷰티라운지의원 ▲블리비의원 ▲샤인빔의원 ▲스노우의원 ▲상상의원 ▲아비쥬의원 ▲예쁨주의쁨의원 ▲유앤아이의원 ▲오라클피부과의원 ▲톡스앤필의원 ▲톤즈의원 ▲포에버의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의료 분야의 선납 진료 이용약관을 점검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 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선납 의료 분야에서 빈번한 취소·환불 분쟁과 관련해 잔여 대금 환불 기준 및 부당한 양도 금지 조항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관련 분야의 표준약관 제정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 및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해 국민이 삶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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