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 '숨은 열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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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 '숨은 열쇠' 찾았다

이데일리 2026-07-19 12:00:05 신고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면역관문억제제’가 효과를 내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작동시키는 ‘면역 브레이크’를 통해 일부 뇌종양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게 하는데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KAIST는 이흥규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면역관문억제제의 일종인 ‘항-CTLA-4(Anti-CTLA-4)’가 종양과 연결된 종양 배수 림프절(암세포에서 나온 항원이 가장 먼저 모여 면역반응이 시작되는 림프절)의 B 세포를 활성화해 뇌종양을 공격하는 새로운 면역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KAIST 연구진.(왼쪽부터)박원형 박사과정, 김채원 박사, 강인 박사, 강병훈 박사, 김유민 박사, 박상희 박사과정, 임서현 석박통합과정, 이흥규 교수.(사진=KAIST)
KAIST 연구진.(왼쪽부터)박원형 박사과정, 김채원 박사, 강인 박사, 강병훈 박사, 김유민 박사, 박상희 박사과정, 임서현 석박통합과정, 이흥규 교수.(사진=KAIST)


교모세포종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아도 재발이 잦고 예후가 나쁜 악성 뇌종양이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다양한 암에서 뛰어난 치료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교모세포종에서는 암 주변의 강한 면역억제 환경 때문에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T 세포(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면역관문억제제의 핵심 표적으로 여겨왔다. 반면 B 세포는 백신 접종 후 항체를 생성하는 세포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뇌종양 면역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항-CTLA-4가 T 세포뿐 아니라 B 세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마우스 교모세포종 모델에서 항-CTLA-4를 투여하자 종양 크기가 줄고, 생존율이 향상됐다. 그러나 B 세포가 없는 마우스에서는 같은 치료를 해도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B 세포가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AI로 생성한 연구요약 이미지.(자료=KAIST)
AI로 생성한 연구요약 이미지.(자료=KAIST)


연구팀은 B 세포가 활약하는 장소도 새로 밝혀냈다. B 세포 반응은 암세포가 있는 뇌가 아니라, 뇌와 연결된 목 깊은 곳의 림프절인 ‘깊은 경부 림프절’에서 활발하게 증가했다. 이 림프절에서는 항체 반응 형성에 중요한 배중심 B 세포와 여포 보조 T 세포 반응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후 면역글로불린 G(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해 제거를 돕는 항체) 반응 증가와 연결됐다.

면역글로불린 G 항체는 뇌종양 세포 표면에 결합해 대식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과정도 생체 내에서 직접 확인했다. 붉은색 형광단백질과 녹색 형광단백질을 이용한 특수 뇌종양 모델을 활용해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후 대식세포가 뇌종양 세포를 제거하는 모습을 생체 내에서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감염이나 백신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B 세포 면역반응이 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흥규 교수는 “항-CTLA-4 면역치료의 작동 원리를 T 세포 중심으로 이해하던 기존 개념을 넘어 종양 배수 림프절에서 시작되는 B 세포와 항체 면역반응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임을 규명했다”며 “향후 뇌종양을 인식하는 항체의 표적을 규명하고 림프절 기반 B 세포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다양한 암의 차세대 면역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지난 10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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