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이나 가지를 손질할 때 껍질부터 벗겨 내는 분이 많다. 껍질을 벗기면 식감이야 한결 부드러워지지만, 사실 그 껍질에 좋은 영양이 몰려 있어 벗겨 버리는 만큼 영양도 함께 내다 버리는 셈이 된다.
껍질과 그 바로 아래에는 식이섬유와 색소 성분, 항산화 물질이 집중돼 있다. 애호박뿐 아니라 가지와 무, 감자, 사과도 마찬가지여서, 이를테면 사과는 껍질의 폴리페놀이 과육보다 몇 배나 많다고 알려져 있다. 껍질을 벗기면 이렇게 껍질 쪽에 뭉쳐 있던 성분이 통째로 사라진다.
그래서 웬만한 채소와 과일은 껍질째 먹는 편이 영양 면에서 이득이다. 다만 껍질에는 흙이나 잔류 농약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잘 씻어 먹는 것이 전제인데, 다행히 씻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요령만 알면 껍질에 든 영양을 안심하고 챙길 수 있다.
껍질과 그 아래에 몰린 식이섬유와 색소
영양이 유독 껍질 쪽에 몰리는 건, 껍질이 원래 식물이 제 속을 지키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바깥의 자극과 병해로부터 알맹이를 보호하려고 껍질과 그 아래에 방어 성분과 색소를 모아 두다 보니, 자연히 몸에 이로운 성분도 그쪽에 집중된다. 질기고 단단한 껍질 조직 자체가 장 건강을 돕는 식이섬유라, 껍질째 먹으면 식이섬유 섭취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색소에도 이로운 성분이 담겨 있다. 가지의 짙은 보라색이나 사과의 붉은색을 내는 색소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껍질을 벗기면 이런 성분까지 함께 버리게 된다.
식감이 부담스러워 벗겨 왔더라도, 조리법을 조금만 손보면 껍질째로도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아까운 일이다.
흐르는 물 세척과 껍질째 못 먹는 예외
껍질째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세척이다. 표면의 흙과 잔류 농약은 흐르는 물에 손으로 문질러 씻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씻겨 나가는데, 물에 몇 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0초 넘게 문질러 헹구면 효과가 더 좋다.
흔히 베이킹소다나 식초 물을 쓰기도 하지만, 연구를 보면 그냥 물로 씻는 것과 농약 제거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으니, 특별한 세제 없이 물로 여러 번 꼼꼼히 씻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껍질째 먹으면 안 되는 예외도 있다. 싹이 났거나 초록빛으로 변한 감자는 그 부분에 솔라닌이라는 독성 성분이 생기므로, 이때는 껍질째 먹지 말고 싹과 초록 부분을 넉넉히 도려내야 한다.
껍질이 너무 질기거나 왁스를 입힌 과일, 상처가 깊은 껍질도 벗겨 내는 편이 낫다. 반대로 벗겨야 하는 채소라면 무나 당근 껍질을 모아 국물을 낼 때 넣거나 사과 껍질을 차로 우려, 버리는 껍질의 영양까지 알뜰하게 살릴 수 있다.
결국 껍질을 무조건 벗기거나 무조건 먹는 게 아니라, 채소와 과일에 따라 가려서 대하면 된다. 잘 씻은 애호박이나 가지, 사과처럼 웬만한 것은 껍질째 먹어 영양을 그대로 챙기고, 초록으로 변한 감자나 왁스 과일 같은 몇몇 예외만 벗겨 내면, 버려지던 영양을 한결 넉넉하게 식탁에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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