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인공지능(AI) 시대에 개발자와 기획자에게 남는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넥슨은 16일 공식 블로그 넥슨태그를 통해 넥슨코리아 AI본부 메이플AX실 오윤호 씨와 메이플M글로벌실 박용규 씨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10년 넘게 기술 면접을 봐온 오윤호 씨가 지원자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말은 두 가지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왜 그 방법을 선택했나요." 어떤 기술을 썼는지보다 왜 그 선택에 이르렀는지를 파고들었다. 그는 의자를 예로 들었다. 옆에 있는 의자를 그대로 베껴 만든 사람과 "왜 의자 다리는 2개나 5개가 아니라 4개여야만 할까"를 고민해 본 사람은 근본이 다르다는 것이다. 많은 지원자가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설명하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그 선택의 장단점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순간 답이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검색 몇 번, 프롬프트 한 줄로 그럴듯한 코드를 얻는 시대일수록 이 사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획을 오래 해온 박용규 씨의 잣대도 다르지 않다. 포트폴리오를 볼 때 완성도보다 그 안에 남은 생각의 흔적을 먼저 본다고 했다. "같은 기획안이라도 왜 이런 시스템을 넣었는지,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었는지가 드러나는 기획서가 있다"며 문서만 깔끔하고 정작 기획자의 생각이 안 보이는 쪽보다 전자를 높게 친다고 말했다. 기획자의 일은 결국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과정이고, 그 선택에 이른 고민의 깊이가 역량을 가른다는 것이다.
오윤호 씨는 최근 호주 여행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사진 속 코알라를 찾으려 AI 비전 모델을 돌렸는데, 코알라가 없는 사진을 두고 AI는 코알라가 있다고 답했다. 뜯어보니 AI가 나뭇가지 사이에 코알라처럼 보이는 형상을 스스로 그려 넣은 뒤, 그것을 진짜 코알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질문이 길어지면 앞서 제시한 조건을 놓치거나 존재하지 않는 답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I의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검증 없이 실무에 그대로 옮기면 예상 못 한 오류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기준은 하나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스스로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
두 사람은 AI가 실무를 상당 부분 떠안는 시대일수록 기본기의 무게가 더 커진다고 봤다. 오윤호 씨는 도구가 편해질수록 정작 문제를 풀려면 내부 원리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을 '추상화의 역설'이라 불렀다. 알고리즘과 운영체제 같은 뼈대를 이해하고 원인을 추론하는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박용규 씨는 기획자의 기본기를 "생각을 구조화하는 힘"으로 요약했다. 신입과 경력의 차이는 정보를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지 가려내는 데서 드러난다고 했다.
박용규 씨는 과거엔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면 지금은 답이 너무 많아 문제인 시대가 됐다며, 같은 AI를 써도 질문이 다르면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짚었다. 새로운 재미는 결국 기존에 없던 질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오윤호 씨도 AI 활용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AI 덕분에 구현은 쉬워졌지만 그것이 곧바로 내 실력이 되는 건 아니다.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보고 할 줄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고 경계했다. 그는 지난달 NDC26(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6)에서도 '기술 면접은 무엇을 평가하는가' 세션을 통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두 시니어가 공통으로 가리킨 본질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였다. 문제를 이해하는 힘, 맥락을 읽는 힘, 결과물을 스스로 검증하는 힘. AI가 발전할수록 값이 오르는 이 역량들의 뿌리에는 자신만의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파고드는 태도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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