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던 청약통장을 정리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당첨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실제 계약에 필요한 자금 부담은 커지면서 통장 유지 여부를 다시 따지는 수요자가 많아진 모습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청약통장 한 달 새 10만 명 이탈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583만 4034명으로 집계됐다. 5월 말 2593만 4673명보다 10만 639명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감소 폭은 더 컸다. 지난해 6월 2637만 6369명이던 가입자는 1년 만에 54만 2335명 줄었다. 낮아진 당첨 가능성과 자금 조달 부담 탓에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른바 ‘청포족’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통장은 신규 분양주택을 신청할 때 필요하지만 가입만으로 당첨이나 계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주택 유형, 공급 방식에 따라 경쟁을 거쳐야 하며, 당첨 이후에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정해진 일정에 맞춰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새 27.2% 오른 수도권 분양가
분양가 상승은 청약 수요자의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수도권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3656만 원이었다.
1년 전 2874만 원과 비교하면 27.2% 올랐다. 같은 면적의 주택이라도 공급가가 뛰면 계약 이후 준비해야 할 금액도 함께 커진다. 당첨 여부보다 자금 조달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출 규제도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분양대금 가운데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수요자에게는 대출 가능 금액과 상환 부담이 중요하다. 분양가가 오른 상태에서 대출 여건까지 제한되면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소득과 보유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은 분양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청약을 신청할 기회가 있더라도 계약 이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실제 참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도시 아파트 단지 모습. / 픽사베이
서울 평균 당첨 가점 65점
자금 부담과 함께 당첨 문턱도 높아졌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2024년 59점에서 지난해 65점으로 상승했다.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만점인 69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평균 당첨 가점이 높아질수록 가입 기간이나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앞으로 오랜 기간 통장을 유지하더라도 당장 경쟁 가능한 점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점이 낮은 수요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 물량에는 추첨제가 적용된다. 다만 추첨을 통해 당첨되더라도 높은 분양가와 대출 제한이라는 조건은 달라지지 않는다. 신청 단계의 기회가 넓어져도 자금 조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내 집 마련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최근 그룹 아이브 멤버 안유진이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소식도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유명인의 사례와 달리, 일반 수요자에게는 당첨 가능성과 자금 조달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오는 모양새다.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세가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이어질지는 분양가와 대출 여건, 신규 주택 공급 일정, 청약 제도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분양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거나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면 통장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다시 늘어날 여지도 있다.
반대로 높은 분양가와 당첨 가점이 이어지면 청약통장의 실효성을 낮게 보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가입자 수만으로 주택 수요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의 감소 폭은 청약 참여자가 당첨 가능성뿐 아니라 계약 이후 감당할 비용까지 함께 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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