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국내 증시에서 급락한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는 상장 직후 연일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주가는 하루 만에 11% 넘게 하락했지만 미국에서 거래되는 ADR(미국예탁증권)은 불과 며칠 만에 국내 주가 대비 50%가 넘는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것이 재산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언급,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 말처럼 SK하이닉스 주식의 이른바 ‘존버’ 전략이 맞을까?
최근 국내 증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6일 국내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1.53% 급락하며 184만2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ADR은 상장 이후 연일 강세를 이어갔다. 상장 초기 국내 주가 대비 약 3% 수준이었던 프리미엄은 불과 며칠 만에 51%까지 확대됐다.
지난 14일 기준 SK 하이닉스 ADR 종가는 193.92달러. 이를 국내 보통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89만 원 수준으로, 같은 날 국내시장에서 거래된 보통주 종가(191만3천 원)보다 약 98만원 높은 가격이다. 같은 기업인데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50% 이상 가격 차이가 난 것이다.
미국에 상장된 국내 기업들의 ADR은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포스코홀딩스, KT, 한국전력 등의 ADR 프리미엄은 대부분 2% 안팎이다. 미국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은 TSMC 역시 장기 평균 프리미엄은 약 10~1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51% 프리미엄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아직 차익거래가 막혀 있다는 점이다.
원래 미국 ADR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면 기관들은 국내 보통주를 매입한 뒤 ADR로 전환해 미국에서 매도하는 차익 거래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가는 오르고 미국 ADR은 내려가면서 가격 차이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는 보통주와 ADR 간 상호 전환이 제한돼 있다. 기관들의 본격적인 전환은 7월 29일부터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지금은 가격 차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열풍 속 HBM 수요 폭증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AI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핵심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ADR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유통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상장 초기에는 거래 가능한 ADR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았다. 반면 매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적은 거래량에도 주가가 크게 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제주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다음 달 주가는 저도 모른다. 하지만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것이 재산을 보전하는 좋은 방법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AI는 아직 어린아이 단계지만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메모리 수요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주가 급등락에 대해서는 “너무 빨리 오르면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조정도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 변동성보다는 장기 성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29일 이후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부터 기관들의 ADR 전환과 차익거래가 가능해지면 현재 50%를 넘는 프리미엄은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저평가된 보통주 매수가 늘어나 주가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미국 ADR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의 발언은 단기 시세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AI 시대 메모리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전제로 한 의견이다.
현재 미국 ADR의 이례적인 급등은 AI 투자 열기와 공급 부족, 차익거래 제한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동시에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7월 말 이후 프리미엄은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HBM 시장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SK하이닉스의 중장기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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