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로 신고한 상속 토지, 국세청은 감정가로 다시 확인한다[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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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로 신고한 상속 토지, 국세청은 감정가로 다시 확인한다[판례방]

이데일리 2026-07-18 12: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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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어머니가 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고팔린 적이 없어 시세가 또렷하지 않은 땅이었다. 상속인은 법이 정한 대로 개별공시지가로 값을 매겨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런데 세무서는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해 그 값으로 세금을 다시 매겼다. 공시가격으로 신고한 것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국세청은 이렇게 감정가액으로 세금을 올릴 수 있을까?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상속 시점과 감정 시점 사이에 땅값이 움직였다면 그 감정가액을 함부로 시가로 쓸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

어머니는 2019년 4월 토지를 남기고 사망했다. 상속인은 그해 10월, 매매 사례가 없는 토지라 보충적 평가방법인 개별공시지가로 값을 계산해 상속세를 신고했다. 보충적 평가방법은 시가를 알기 어려울 때 법이 대신 쓰도록 정해 둔 평가 기준이다. 공시가격은 대개 실제 시세보다 낮게 매겨진다. 마포세무서는 세무서 측과 상속인 측 감정기관 네 곳이 매긴 감정가액의 평균을 시가로 보고 상속세 21억여원을 부과했다. 상속인은 매매 사례도 없는 땅에 국세청이 감정을 의뢰해 과세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다퉜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세는 국세청이 조사해 세액을 확정하는 세금이고, 정당한 세액을 찾기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국세청의 정당한 권한이라는 것이다. 상속 당시의 값을 나중에 소급해 감정했더라도 그 감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면 시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종전 판례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감정을 이 사건에 그대로 쓸 수 있느냐였다. 상속세법 시행령은 상속개시일에서 한참 지난 뒤의 감정도 시가로 인정하되, 그 사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두었다. 대법원은 이 특별한 사정에 토지의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땅값이 오른 것 같은 일반적인 가격변동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조건은 감정의 기준일까지만이 아니라 감정서를 작성한 날까지 충족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사건 네 곳의 감정은 상속 시점과 감정 시점 사이 공시지가와 지가가 움직인 폭이 커서 그대로 시가로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사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세금을 매기는 국세청이 증명해야 한다.

대신 법원이 소송 중에 새로 선임한 감정인이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다시 평가한 값을 시가로 인정했다. 법원 감정은 시행령의 이런 조건에 매이지 않는다. 대법원은 그 값으로 정당한 세액을 계산해 이를 넘는 약 1억원만 취소한 원심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부과된 21억여원 가운데 깎인 세금은 약 1억원뿐이었다. 감정과세 자체가 위법이라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다.

이 판결이 국세청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감정평가로 상속·증여 부동산의 세금을 올리는 길은 넓게 열어줬지만, 감정 시점이 상속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그 감정가액은 신뢰하기 어려워진다는 제동장치도 함께 뒀다. 감정을 제한 없이 붙일 수 있다면 시가를 매기기 어려운 경우가 사라져, 공시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한 법의 원칙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시세가 또렷하지 않은 토지나 이른바 꼬마빌딩을 상속·증여받았을 때, 공시가격은 대개 시세보다 낮다.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당장 세금은 줄지만, 국세청이 조사 과정에서 감정을 의뢰하면 세금이 크게 늘 수 있다. 이번 판결로 감정가액으로 상속재산을 평가해 과세하는 방식이 원칙적으로 정당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미리 감정을 받아 신고할지 공시가격으로 신고할지 저울질할 때 이 위험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감정가로 신고하려면 원칙적으로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서 감정을 받아야 하고 그만큼 비용도 든다.

미리 감정을 받든 국세청 감정을 기다리든 시가대로 내는 세금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고, 이 사건의 결론을 가른 것은 세금 액수가 아니라 상속 시점부터 감정 시점까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였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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