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가격 아닌 기술이 노크한다"…中 전기차의 한국 상륙 본격화, 시장의 새로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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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가격 아닌 기술이 노크한다"…中 전기차의 한국 상륙 본격화, 시장의 새로운 변수

비즈니스플러스 2026-07-18 09:48:15 신고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한때 '저가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중국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차는 가격 외에는 뚜렷한 경쟁력이 없는 제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차량용 반도체,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까지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한국 시장 역시 더 이상 중국차를 외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 이후 판매망과 서비스센터를 확대하며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를 앞세워 국내 판매를 시작했고, 샤오펑(Xpeng) 역시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과거처럼 일부 업체가 시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을 전략 시장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수입차 시장 역시 독일 브랜드와 테슬라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중국 브랜드가 파고들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기존 내연기관 시장과 경쟁 방식 자체가 다르다. 배터리 원가가 차량 가격을 좌우하는 비중이 커졌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상품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중국 업체들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BYD다.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춘 BYD는 원재료부터 배터리 셀, 전기모터까지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안전성과 상품성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장에서도 출시 초기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들어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선 BYD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기준선을 다시 설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발 주자인 지커와 샤오펑은 접근 방식이 다소 다르다. 가격 경쟁력보다 첨단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커는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최대 600㎞ 이상의 주행거리, 엔비디아 기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시승 프로그램과 고객 인도를 시작하며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샤오펑 역시 AI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핵심 무기로 삼는다.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자체 운전자보조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제조사의 경쟁력이 엔진과 변속기 기술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 업체들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검증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도 국내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BYD와 MG, 지커 등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은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Euro NCAP)에서도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과거와 달리 '중국산이라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곧바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자동차는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내구재인 만큼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도 과거와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시승 후기 등을 보면 "중국차는 절대 사지 않는다"는 반응보다 "생각보다 기술력이 높다", "가격 대비 상품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술력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전기차 판매량 역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과 BYD가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 역시 이러한 산업 생태계에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내 연구기관 및 증권가에서도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단순한 저가 전략을 넘어 공급망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내재화와 대규모 생산 체제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차량용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비자의 실제 구매 결정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자동차업계는 국내 소비자들이 차량을 선택할 때 가격보다 브랜드 신뢰도와 애프터서비스(AS), 중고차 잔존가치, 부품 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장 부품의 비중이 높은 만큼 사후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에 대한 거부감은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브랜드 신뢰와 서비스망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며 "특히 중고차 가치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치·외교적 변수도 무시하기 어렵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생활가전보다 구매 금액이 크고 보유 기간도 길다. 차량 내 각종 센서와 통신 기능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요인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확대 속도를 결정짓는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반대로 국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인식이 일정 부분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수십 년간 축적한 브랜드 신뢰와 전국적인 서비스 네트워크, 높은 중고차 잔존가치 등을 기반으로 견고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쉽게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강점만으로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중국 업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순히 가격이 낮다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개발부터 배터리 생산, 소프트웨어 설계, 차량용 반도체 적용까지 대부분의 핵심 기술을 자국 내 산업 생태계에서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 업체들은 신차 개발 주기를 기존 글로벌 업체보다 크게 단축하고 있으며, OTA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준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 성능과 변속기 기술, 주행 성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배터리 효율과 충전 속도, 차량용 운영체제(OS), 자율주행 기술, 인공지능 서비스가 상품성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전기차 시대에는 제조업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자동차 산업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중국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단순한 수입차 브랜드 하나의 추가로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시장 규모 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크지 않지만, 현대차그룹의 본거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업계에선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경우 이를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시장 공략의 레퍼런스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차량 성능뿐 OS, 인공지능(AI), OTA 등 미래차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히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한 대응이라기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경쟁을 주도하고, 중국에서는 BYD와 지커, 샤오펑 등이 가격과 기술을 동시에 앞세우고 있다. 유럽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과 원가 절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국내 업체 역시 기존의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을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무리 뛰어난 상품성을 갖췄더라도 애프터서비스와 부품 공급, 중고차 가치, 브랜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 역시 점차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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