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배민’ 대신 ‘22조 DH’ 산 우버의 영리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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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배민’ 대신 ‘22조 DH’ 산 우버의 영리한 셈법

이데일리 2026-07-18 09:31: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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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Uber)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인수를 공식화했다. 2019년 우버이츠 철수로 국내 시장에서 발을 뺀 우버가 7년여만에 귀환을 선언한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우버가 배달의민족을 단독 매입할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우버의 선택은 훨씬 대담하고 영리했다. 몸값이 치솟은 개별 자산을 비싸게 사는 대신 모회사를 통째로 삼켜 알짜 자산을 한번에 취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8조 배민’ 대신 ‘22조 DH’ 산 우버의 영리한 셈법




◇개별 자산 따로 품느니…판 뒤집은 우버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결합 계약을 체결하고 주당 41.5유로에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우버가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을 감안한 추가 인수 규모는 137억달러(약 20조3000억원)다.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한 딜리버리히어로 기업가치는 148억달러(약 21조9000억원)로 평가됐다. 이번 인수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분을 보유한 배민 역시 우버의 손자회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그간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의 단독 매각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서 거론되던 배민의 예상 매각가는 8조원 수준이다. 다만 쿠팡이츠와의 출혈 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배민 하나에만 수조원을 베팅하기엔 승자의 저주 우려도 꾸준했다. 실제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한 후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실사를 진행했으나 몸값에 대한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우버 역시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달의민족의 유력 원매자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본입찰에도 참여할 거란 정황도 나왔다. 하지만 우버가 지난 5월부터 배민 대신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온 정황이 드러나며 시장의 기류는 달라졌다. 우버는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36.83%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고, 이번 공개매수까지 추진하게 됐다.



◇재무구조 악화된 DH…‘패키지딜’의 이면



모회사 인수로 가닥을 잡은 우버는 판 자체를 바꿨다. 딜리버리히어로 인수에 투입할 약 22조원의 자금으로 한국 1위 배달의민족 뿐만 아니라 △중동 1위 탈라밧(Talabat) △중남미 1위 페디도스야(PedidosYa) △사우디아라비아 헝거스테이션(HungerStation) △아시아 푸드판다(Foodpanda) 등 글로벌 50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들을 패키지로 가져올 수 있어서다.

이같은 통매각 방식은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시급했던 딜리버리히어로 주주들에게도 호재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무리한 사세 확장과 저금리 시절 발행한 전환사채(CB) 등의 만기 도래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주가 폭락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아스펙스(Aspex)의 공격 속 최대주주 프로수스(Prosus)의 엑시트 압박도 커진 상태였다.

시장에선 우버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별 자산으로 쪼개 팔 때 생기는 밸류에이션 마찰을 피하면서,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던 DH 주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협상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쥔 영리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버는 향후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딜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버 업은 배민, 쿠팡이츠 이어 카카오T도 흔드나



우버는 딜리버리히어로를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재진출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우버이츠 사업 철수로 시장에서 사라진 지 7년여만이다. 우버는 “한국은 우버의 핵심 시장 중 하나”라며 배민의 기술 역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한국 이용자들의 서비스와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버라는 뒷배를 업은 배민이 쿠팡이츠와의 격차를 벌릴 지도 주목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전체의 88.3%를 차지하는 양강 체제다.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멤버십 혜택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향후 배민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 격차를 벌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결합은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가 90% 이상을 장악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우버의 우버택시(UT)는 한자릿수 점유율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의 구독 모델인 ‘우버 원’ 등이 배민과 결합할 경우 배달과 택시 호출 시장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우버 입장에선 배민을 개별적으로 비싸게 사기보다 해외 모회사를 인수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규제나 가격 면에서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각국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까진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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