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중문색달해변서 마지막 목격…주민·단체 공동 노력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세계적인 희귀종인 바다거북이 19년 만인 올해 알을 낳으러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색달해변(진모살)을 찾아올까.
중문색달해변은 국내 유일의 바다거북 산란지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바다거북이 산란하는 모습이 확인된 바 있다.
원래부터 제주 바다에는 바다거북이 살았다. 옛사람들은 바다거북을 '용왕의 사신'이라 여겨 바다거북을 우연히 만나면 막걸리라도 뿌리는 등 극진히 대접한 다음 바다로 돌려보냈다.
'용왕의 사신' 바다거북은 현재는 해양 오염으로 인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피를 흘리거나 폐그물에 감겨 죽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서식지·산란지 파괴로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 자연 부화한 새끼 거북이들 바다로
1999년 10월 18일 세계적인 희귀종 붉은바다거북(왕바다거북)이 중문색달해수욕장에 산란한 후 부화한 장면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첫 발견자인 인근 호텔 직원은 "백사장을 산책하던 중 모래언덕 밑에서 새끼 거북이 100여마리가 기어나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과거 큰 크기로 왕바다거북이라고 불렸던 붉은바다거북은 등갑의 길이가 69∼130㎝이고 5∼8월 중순께 한 번에 100∼12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수명은 30년 정도다.
머리가 크고 등갑과 피부가 전체적으로 붉은 갈색을 띠고 있어 붉은바다거북이라고 불린다.
태평양, 대서양 등의 온대 및 열대 해역에 분포하며 해양 보호 생물인 바다거북이 제주를 보금자리로 삼은 것이다.
2002년 6월에도 중문색달해수욕장 백사장 중간 부분에서 알을 낳고 있는 길이 120㎝, 폭 80㎝ 정도 크기의 붉은바다거북 1마리가 관광객 등에 의해 발견됐다.
2007년까지 이곳에선 두 차례 더 산란 장면이 어업인들에 의해 목격됐지만 그 이후로는 자연 상태의 산란은 더는 목격되지 않고 있다.
◇ 제주 바다 유영하는 바다거북
산란·부화 장면은 19년째 목격되지 않고 있지만, 바다거북은 분명 제주 바다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
2024년에는 푸른바다거북 두 마리가 제주 앞바다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는 장면이 목격됐고, 지난해에는 해파리를 사냥하고 짝짓기하는 푸른바다거북이 관찰됐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 2021∼2024년 제주 주변 수역에서 바다거북 총 158마리가 좌초·혼획·방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1년 37마리, 2022년 39마리, 2023년 43마리, 2024년 39마리다.
종류는 푸른바다거북이 126마리로 전체의 79.7%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붉은바다거북 23마리(14.6%), 매부리바다거북 5마리(3.2%), 올리브바다거북 3마리(1.9%), 장수바다거북 1마리(0.6%) 등이다.
붉은바다거북은 주로 서귀포시 전역 바다에서 발견됐으며 매부리바다거북 구좌읍·조천읍·대정읍·안덕면·성산읍에서 나타났다.
또 올리브바다거북은 애월읍·대정읍·성산읍에서, 장수바다거북은 제주시 도심지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바다거북이 제주 백사장에 돌아오게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아쿠아플라넷 등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8월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가운데 인공 증식된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무리바다거북 등 3종을 방류하며 추적조사를 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국내 유일 바다거북 산란지인 중문색달해변에서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가 공동으로 '바다거북 산란지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문색달해변이 자리 잡은 서귀포시 색달마을회와 시민단체인 제주자연의벗·제주환경운동연합, 해양시민과학조사단, 다큐제주는 붉은바다거북이 중문색달해변에서 다시 산란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개선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바다거북과 제주 해안을 살릴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색달해녀회 등은 바다거북이 집중적으로 산란하는 시기(6∼8월)와 부화 시기(9∼10월)에 해변에서 산란 흔적을 수색하고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상시 관찰하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조사단은 바다거북 산란지에 대한 수중 모니터링을 하며 다큐제주는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관찰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는 또 바다거북 산란 환경 개선 사업도 병행한다.
현재 파란 불빛인 중문색달해변의 산책로 조명을 바다거북이 덜 거부감을 보이는 빨간 빛으로 교체하고, 조명의 방향도 내륙방향으로 바꿔 바다거북이 산란하기 위해 백사장을 찾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바다거북 산란지인 백사장 일부를 잠식한 서프보드 천막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 다시 제주 해안에 산란하러 돌아온다는 것은 제주 해안이 인간만이 아니라 뭇 생명들도 공존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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