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배제' 특약 무효 주장하며 143억원 요구…법원 "KT 지급 의무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쌍용건설이 KT를 상대로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법원이 KT의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김경진 부장판사)는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지난 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쌍용건설이 KT를 상대로 142억9천만원을 달라며 낸 공사대금 청구 맞소송(반소)은 기각했다.
이 사건은 2020년 7월 KT의 신사옥 건설 공사 입찰에 쌍용건설이 낙찰자로 결정된 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촉발됐다.
쌍용건설은 2020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KT의 신사옥 건설 공사 도급을 수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설계변경 등 이유로 한차례 조정을 거쳐 확정된 최종 계약금은 879억원이었다.
공사가 진행되던 중 팬데믹이 장기화하자 쌍용건설은 5차례에 걸쳐 계약금 증액을 요구했고, KT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쌍용건설이 국토교통부에 건설분쟁조정을 신청하자 KT는 대금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2024년 5월 소송을 제기했고 쌍용건설도 같은 해 6월 맞소송을 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은행이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0.4%·2021년 1% 수준이었나,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에서 2023년까지 28% 상승했다.
사건의 쟁점은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 조정이 불가하다고 정한 계약서 특약의 효력이었다.
쌍용건설은 이 특약이 예상할 수 없던 위험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내용으로, 건설산업기본법상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약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쌍용건설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약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계약금 증액뿐 아니라 물가 하락에 따른 계약금 감액도 배제하고 있으며,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다음 해 공사 물량을 예측해 사전에 원자재를 계약하는 등 위험을 회피할 수단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또 국내 시공능력 평가 28위를 달성하는 등 풍부한 시공 경험과 능력을 갖춘 건설회사인 만큼 쌍용건설이 특약으로 인한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봤다.
설계변경 등 별도 처리 비용이 발생할 경우 계약금 조정을 인정하고 있어 쌍용건설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점, 계약 당시 KT가 우월적 지위에서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특약이 피고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당사자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함부로 무효로 돌린다면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약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쌍용건설 측 주장에 대해서도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대유행이 선언돼 최초 입찰 당시 물가변동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고 달리 제한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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