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보면 반려견, 반려묘의 시간이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보호자 눈에는 여전히 아기 같고 에너지가 넘쳐 보일 수 있지만 반려동물의 몸은 소리 없이 나이 들어간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반려동물이 보내는 미세한 이상 신호를 보호자가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반려동물이 장수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 조건이다.
노령동물의 건강검진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핵심 항목들이 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신장 기능을 확인하는 SDMA검사다. SDMA는 만성신장질환 조기 진단에 유용한 바이오마커다. 신장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만일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때는 이미 신장의 기능이 75% 이상 소실된 상황일 수 있다. 또 만성신장질환은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SDMA검사는 25~40% 정도만 신장 기능이 소실돼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만성신장질환을 이른 시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고양이는 만성신장질환의 발생률이 매우 높으며 강아지에게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SDMA검사는 신장 건강을 관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외에 만성신장질환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SDMA검사는 물론 기존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검사 등을 함께 진행한다.
두 번째는 NT-proBNP검사다. 심장질환은 노령 반려동물에서 매우 흔하지만 초기에는 기침이나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소형견에게 흔히 발생하는 판막성질환은 청진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다. 강아지가 판막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기 때문에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역류하는 소리인 심잡음이 들리게 된다. 따라서 심잡음이 들리면 판막성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흔히 발생하는 심근질환은 심잡음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대신 심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물질인 NT-proBNP 호르몬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물론 청진검사와 NT-proBNP검사로 심장질환을 확진할 수 없지만 심장 기능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검사라 볼 수 있다. 만일 NT-proBNP검사로 이상이 발견됐다면 이후 초음파검사를 진행해 심장의 구조적 형태나 기능을 평가하게 된다.
이 밖에도 호르몬검사와 당뇨검사도 노령동물에게 필수적인 검사로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7세 이상 반려동물은 최소 1년에 한 번, 10세 이상은 6개월 간격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노령성질환은 증상이 나타난 뒤 발견되는 경우보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신장질환과 심장질환은 초기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려동물에게 건강검진이란 아픈 곳을 찾는 단순 검사가 아니라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장수 비법이다.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