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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 작가는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증축’에, 기존의 틀을 허물고 새 판을 짜는 것을 ‘재건축’에 비유하며 “증축은 동의가 필요 없지만, 재건축은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익표 당시 정무수석이 “동네 전체가 문제일 땐 ‘재개발’을 해야 하며, 이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라며 맞받았다.
이 설전은 정치권의 비유를 넘어 오늘날 대한민국 주택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인 도심 주택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서울시 정비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공급 확대의 해법은 단순한 규제 완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 주민 동의, 행정 지원이 함께 작동하는 정비사업 체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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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장에서는 기존 건물의 뼈대를 살려 공간을 늘리는 ‘수직·수평 증축(공동주택 리모델링)’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사 기간이 짧고 주민 갈등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축은 공급 부족을 해결할 근본적인 열쇠가 될 수 없다. 실제 서울시 정비사업 현황을 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약 75개소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정비사업 지도에서 지극히 미미한 비중이다.
리모델링을 통한 증축은 늘릴 수 있는 세대수가 기존의 최대 15% 이내로 제한되어 대기 수요를 감당하기에 공급 효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올리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대량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 도심의 주택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더욱이 비좁은 주차장, 노후 배관, 부족한 커뮤니티 시설 등 단지 내부의 구조적 결함은 기존 뼈대를 남겨두는 방식으로는 고칠 수 없다. 결국 시장과 주민들은 겉모습만 바꾸는 임시방편인 증축보다 근본적인 개발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도심 내 양질의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려면 기존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 필수적이다. 서울시 현황에서도 공동주택 재건축이 약 160여 개소에 달해 시장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 경감,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는 재건축 사업성을 높여 대규모 공급을 이끄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용적률을 높여야 조합원 분담금이 줄고 일반분양 물량이 대거 늘어난다. 그래야 조합원이 원하는 커뮤니티 시설과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갖춘 신축 단지가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규제를 풀어도 현장에서 재건축이 멈춰 서는 원인은 결국 이해관계자의 동의에 있다. 재건축은 이주를 전제로 하며 막대한 분담금이 발생하기에 고령의 원주민, 상가 소유주, 세입자 간의 갈등이 격렬하게 충돌한다.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이나 영업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상가주들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은 멈춘다.
“재건축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비유처럼, 주민 간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분쟁을 조율하는 타협이 없다면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사업은 소송전의 늪에 빠질 뿐이다. 규제 완화와 함께 공공의 적극적인 갈등 조정 기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정 단지를 넘어 주변 지역 전체가 낙후되었다면 대안은 재개발로 확장되어야 한다. 서울시 현황에서 주택정비형 재개발은 약 150여 개소, 도시정비형 재개발은 약 130여 개소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지 하나만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낙후된 구도심 전체를 통째로 갈아엎는 재개발은 도시 공간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대규모 공간 기획이다.
정비사업 현황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은 약 220여 개소로 가장 많은 사업장을 차지하고 있다. 신통기획은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복잡한 심의 절차를 통합·단축해 주는 지원 제도다.
“동네 전체가 문제라면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처럼, 신속통합기획의 높은 비중은 시장이 어떤 정비사업 방식을 선호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공공이 선제적으로 개입해 행정 절차와 주민 갈등을 조율해주자 사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결국 민간의 추진력과 공공의 지원이 시너지를 낼 때 공급에 속도가 붙음을 증명한다.
도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증축보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정비사업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정비사업 현황에서도 신속통합기획을 포함한 재건축·재개발이 공급 확대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사업성이 확보되고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공급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민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분담금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은 장기간 지연되고 공급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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