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도 못 열어"…아파트 습격한 거미 떼에 주민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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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도 못 열어"…아파트 습격한 거미 떼에 주민들 고통

연합뉴스 2026-07-18 07:0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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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드들강변 늪지대 유입 추정…방역 사각지대에 발만 동동

이삿짐도 못 푼 채 거미줄 제거 이삿짐도 못 푼 채 거미줄 제거

[촬영 민현기]

(나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살다 살다 거미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방역도 안 된대서 매일 피난 다니는 신세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변 인근의 한 아파트.

지어진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800여 세대 단지 외벽을 빼곡히 덮은 거미줄 탓에 장기간 방치된 건물처럼 보였다.

실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층 공동현관에 들어서자 천장과 구석 곳곳에서 1∼2㎝ 크기의 살아 있는 거미들이 눈에 띄었다.

촘촘하게 쳐진 거미줄 사이로 거미들이 탈피하고 남은 허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만난 박영선(50)씨는 입주한 지 2주 만에 다시 이사를 고민할 만큼 거미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 안 곳곳에서 거미가 발견되는 데다가 창틀과 방충망마다 거미줄이 쳐지면서 이삿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박씨는 "집 안에서 거미줄이 얼굴과 몸에 수시로 달라붙고, 잠을 자다가도 얼굴 위를 기어 다니는 거미 때문에 깜짝 놀라 깬다"며 "거미에게 물려 병원까지 다녀온 뒤로는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촘촘하게 쳐진 거미줄 촘촘하게 쳐진 거미줄

[촬영 민현기]

같은 아파트 주민 정모(33)씨도 "세 살배기 아들이 얼굴에 붙은 거미줄을 계속 긁다가 상처까지 났다"며 "온 가족이 거미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사설 방역업체를 통해 방제 작업에 나섰지만, 거미 서식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해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매년 고액의 방역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에게 기피제 스프레이를 나눠주는 선에서 대응을 마무리했다.

창문 앞을 가린 거미줄 창문 앞을 가린 거미줄

[촬영 민현기]

관할 지자체인 나주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련 법에 따라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방역할 수 있는 대상은 감염병을 전달할 수 있는 해충으로 제한돼 있는데 거미는 익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18일 "주민들을 괴롭히는 거미들은 해당 아파트에서 20∼30m 떨어진 드들강변의 늪지대에서부터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근 강가와 수변공원의 풀을 주기적으로 베고 '먹이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모기나 나방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mhk022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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