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급경사지 등 산지 관련 위험지역 184곳…침수 우려 99곳
맨홀 추락방지 시설 설치율 38% 그쳐…빗물받이도 지속적 관리 필요
[※ 편집자 주 = 7월 초 시작된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림에 따라 중부권에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고 있어 재해 위험은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여름철 수해 예방 점검과 사후 대책은 매년 추진되고 있으나 갈수록 예측불허인 '괴물 폭우' 앞에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연합뉴스는 최근 물난리를 겪은 지역, 산사태 등 붕괴위험지역의 현주소, 산불 진화용 임도 개설을 둘러싼 재해 우려 논란 등을 중심으로 긴급 점검 기획 기사 4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산사태가 10m만 더 옆으로 들이쳤더라면, 그때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도 아찔하고 끔찍합니다."
강원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일명 '매더피골'에 사는 주민 A씨는 4년 전인 2022년 8월 10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쾅∼우당탕'하는 굉음 소리에 놀라 집 밖으로 나가보니 500m 구간의 마을 진입도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날이 밝고 비가 그친 뒤 주변을 살펴보니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쑥대밭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해마다 여름철 반복되는 집중호우로 주민 생명과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갈수록 잦아지고 괴력을 더하는 '괴물 폭우'와 강력한 태풍에 따른 산사태, 침수 피해 우려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18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도내 여름철 풍수해 인명피해 재해우려지역은 모두 445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강릉이 6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주 46곳, 속초 41곳, 고성 39곳, 양양 37곳, 영월 33곳, 양구 28곳, 삼척 24곳, 화천 23곳, 춘천 12곳 등의 순이었다.
강릉과 속초, 고성, 양양 등 동해안 4개 시군의 우려 지역만 185곳으로, 전체의 41.5%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107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침수 우려 도로 76곳, 급경사지 71곳, 해안시설 53곳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둔치주차장 21곳, 반지하 주택가 20곳, 하천변 산책로 17곳, 저수지·댐 8곳, 야영장 7곳, 경사지 태양광 시설 6곳, 지하차도 3곳 등이 포함됐다.
산사태와 급경사지, 태양광 시설 등 산지 관련 위험지역은 모두 184곳으로 전체의 41.3%를 차지할 정도다. 그만큼 산사태와 급경사지 붕괴는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재해 유형이다.
침수 우려 도로와 지하차도, 반지하 주택가 등 지하·저지대 관련은 99곳에 달했다.
산지와 해안, 도심 침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강원지역의 재해위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는 인명피해 재해우려지역 445곳과는 별도로 지난 4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집중호우 취약 시설과 재해위험시설에 대해서도 점검과 정비를 실시했다.
이 기간 점검한 대상은 빗물받이 21만2천336개소, 하수도 중점 관리구역 내 우수관로 637㎞ 구간, 산사태 취약지역 3천366개소,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4천677개소 등이다. 도는 점검 완료율이 100%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심 침수 시 뚜껑이 열린 맨홀로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맨홀 추락방지 시설은 9천711개소의 맨홀 중 3천670개소 설치에 그쳤다. 설치율은 38%에 불과하다.
추락방지 시설이 미설치된 맨홀은 집중호우 때 도로 침수로 뚜껑이 열리거나 이탈 시 보행자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설치 작업과 시설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도심 침수의 주요 원인인 빗물받이 역시 점검이 모두 이뤄졌으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시간당 강우량 5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리는 상황을 가정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실험할 결과 빗물받이가 막혀 있으면 침수되는 면적이 3배 넓어지고, 침수되는 깊이는 2.3배 이상 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받이 청소가 제때, 수시로 이뤄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밖에 도는 지난 3년간 자연재해 피해시설인 하우스 600개소, 과수원 540개소, 인삼재배시설 150개소, 축사 184개소, 저수지 296개소에 대한 점검도 완료했다.
하지만 자연 재난을 직접 경험했거나 인명피해 재해위험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에게 여름은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다.
상습 침수지역인 원주시 단계동 18통의 이애자(63) 통장은 "2024년 여름에는 동네가 온통 물에 잠겼고, 얼마 전 내린 비에도 양수기가 동원되기도 했다"며 "내일(19일)까지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걱정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여중협 도 행정부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빈틈없는 사전 대비와 현장 중심 대응체계를 구축해 인명피해 제로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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