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속도 조절…환경단체·탈탄소 적극 추진 국가는 반발
에너지소비 전기화에 속도…"2040년까지 현행 2배인 46%로 확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역내 산업계와 일부 국가의 부담 완화 요구를 수용해 '간판' 기후변화 정책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산업계가 더 오랜 기간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유럽 내 청정 기술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ETS 전면 개편안을 공개했다.
EU는 발전 업체와 철강, 시멘트, 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5년 ETS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산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구매가 의무화됐고, 전체 탄소 배출량에는 상한이 설정됐다. 현재 톤당 배출권 가격은 약 79유로(약 13만4천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전체 배출량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도록 설계한 EU는 당초 2040년까지 배출량 상한을 매년 4.3% 줄이도록 규정했지만, 개편안에서는 2031~2035년에는 약 3.7%, 2036~2040년에는 약 1.7% 감축하도록 연간 배출량 상한 축소율을 완화했다.
EU는 또한 일정한 조건 아래 기업들이 탄소 무상 배출권을 더 오랫동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제안했다. 가령, 유럽 내 탈탄소화 투자 계획을 제출한 기업에는 무상 배출권의 80%를 선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실제 투자가 이뤄진 후 지급하도록 했다.
아울러 철강, 시멘트, 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을 대상으로 무상 배출권 지급 종료 시점도 기존 2034년에서 2038년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EU는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업들에 일부 탄소 배출권을 무상으로 배분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현행 ETS가 유럽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해 온 유럽 산업계와 이탈리아,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탄소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낀 유럽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회원국 정부와 산업계로부터 ETS를 개편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반면, 환경단체와 스페인, 북유럽 국가들처럼 탈탄소에 적극적인 국가들은 유럽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가 EU 내부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EU는 2040년까지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청정전력 사용을 확대해 유럽을 최초의 전기 중심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전기화 행동 계획'도 이날 별도로 발표했다.
EU는 유럽이 수입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해 온 탓에 그동안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반복해 노출해 왔다면서, 산업과 운송, 건물 부문 등의 전기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 현재 23%에 머무는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 비율을 2040년까지 2배 수준인 4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는 향후 약 1년간 협상을 거쳐 ETS 개편안과 '전기화 행동 계획'의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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