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성 방중 이어 왕후닝 답방…'체급' 높인 교류에 다방면 협력확대 전망
안보·군사분야 협력 강화 가능성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북한과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만의 평양 방문에 뒤이은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고리로 더욱 끈끈해진 전략적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북중 우호조약이 양국 관계의 핵심 축으로 부각되고 혈맹관계가 강조되며 경제분야에 더해 안보 분야에서도 두 나라의 전략적 연대가 어떤 형태로 강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국은 고위급 교류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우호조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의 뿌리깊은 우호친선 관계를 과시했다.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정주년' 기념일을 특별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우호조약 체결 65주년 기념행사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서도 이례적으로 격이 높았다.
북중은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당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이번 65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행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이끄는 북한 측 당·정 대표단이 조약 체결 기념일(11일) 하루 전날 먼저 베이징을 방문했다. 박 총리는 방중 기간(10~12일) 시 주석(권력 서열 1위), 리창 국무원 총리(2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3위),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5위)를 만났다.
곧바로 중국 권력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이끄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이 지난 15일 2박3일 일정으로 북한을 답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비서, 박태성 내각총리 등을 만났다. 중국의 권력 서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 전원이 이번 북중 우호조약 65주년 기념 인사교류에 참여한 것이다.
근래 진행된 북중 우호조약 체결 기념 행사로는 참여 인사들의 '체급'이 가장 높다. 조약 체결 60주년이던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기념행사 없이 양국 정상의 친서만 교환됐고, 2011년(50주년)에는 양국이 부총리급을 파견하는 데 그쳤다.
양측은 이번 고위급 교류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한목소리로 발신했다.
김 위원장은 왕 주석을 만나 "조중(북중) 우호조약은 두 나라 관계의 전략적 성격을 정의하고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 주는 국가 간 조약"이라며 조약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에 앞서 시 주석은 박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각국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외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축전에서도 전략적 관계 발전에 한목소리를 냈다.
북중이 정상회담과 조약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을 평가한 만큼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등 다방면에서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 이번 고위급 교류의 면면을 보면 양국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태성 내각총리는 방중 기간 리창 총리 등을 만나 양국간 전략적 공조 강화와 경제무역 교류 확대, 의료·보건·교육 등 민생분야 협력 심화 등을 논의했다. 베이징시 도시철도 관제센터를 찾아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직접 시찰하며 경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방북한 왕 주석은 조용원 당 비서를 만나 양국·양당 간 당적 교류와 더불어 경제·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을 심화해 양국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북한 측 인사로 실무급 관료인 강철호 도시경영성 부상이 배석해 도시개발이나 교통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실질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과 중국이 '자동 군사 개입 조항'까지 포함된 북중 우호조약의 의미를 부각하고 나선 만큼,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이 더욱 밀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방북 당시 국방부장을 대동하고 정상회담에도 배석시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이번 고위급 인사교류를 통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뜻하는 '상호 원조'의 정신을 재확인했다"며 "한·미·일 밀착 및 미국의 압박에 맞서 북·중이 언제든 군사적·전략적으로 연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북중이 조약 체결 65주년을 고위급 교류로 기념하며 친선을 과시했지만 그 의도에는 차이도 감지된다. 한반도 전문가와 외신은 중국에서 북러 관계 견제 의도를, 북한에서 반서방 사회주의 연대 부각 의도를 각각 읽어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이 조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중국이 느낄 수 있는 우려를 달래는 동시에, 전통적인 북중 동맹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최우선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자 안보이익의 우선순위에 따른 미묘한 입장 차도 나타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박태성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만 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핵심 이익 수호를 단호히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 발언을 전하지 않아 차이를 보였다.
북중 우호조약은 1961년 7월 11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김일성 북한 수상이 베이징에서 체결했다.
한쪽이 외부의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다른 한쪽이 군사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고 있어 북중 관계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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