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 Titre
상 티트르는 마리 마데크(Marie Madec)가 파리에 설립한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다. 그는 2016년 자신의 집에서 연 ‘젊은 컬렉터의 상상 속 아파트’라는 콘셉트의 전시로 시작해 의류 매장, 조선소, 레스토랑 등에서 프로젝트성 전시를 이어간 끝에 마레 지구에 상 티트르를 설립했다. 연극적 연출과 설치 중심의 접근 방식이 두드러지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물질과 서사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는 작업을 소개한다. 인형이나 낡은 패브릭을 활용해 사적 서사를 구성하는 리슬로르 페레스(Liselor Perez), 중국의 급격한 현대화 물결 속 개인의 내면을 전통 공예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웨이 리보(Wei Libo) 등이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상 티트르는 프로젝트 스페이스의 실험성과 상업 갤러리의 정교한 시스템이 공존하는 파리 현대미술 신의 유연한 거점이다.
Management
2022년 문을 연 매니지먼트는 뉴욕 현대미술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며 단숨에 주류로 진입했다. 갤러리 이름에는 단순히 작가를 관리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담론과 경험을 창출하고 해석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현대미술의 주요 전제인 복잡한 층위와 지적 구조를 드러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작가들을 소개한다. “동시대 예술계의 지배적 트렌드와 담론에 도전하고, 이를 복잡하게 만드는 대담한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한다”라는 인디펜던트 아트 페어의 평가에서도 그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모레신 알라야리(Morehshin Allahyari), 팀 브로너(Tim Brawner), 이재훈 등 디지털과 회화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를 비롯해 기술과 인식의 불안정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나스타시아 코마르(Anastasia Komar), 밧-아미 리블린(Bat-Ami Rivlin) 등을 소개하며 가장 지적인 뉴욕의 예술 거점으로 성장 중이다.
Ginny on Frederick
“우리의 비전은 고착화되거나 과도하게 다듬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상태로 남는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연결이 일어나고 우연과 의도 사이의 경계가 생산적 방식으로 흐릿해지는 장소를 꿈꿉니다.” 지니 온 프레더릭 창립자 프레디 파월(Freddie Powell)의 말이다. 런던 패링던의 폐업한 4평짜리 샌드위치 가게에서 출발한 이 갤러리는 독특한 전시 방식과 철학으로 런던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형식주의를 탈피해 관람객과 작품의 우연한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전시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작가 선정에서도 신진과 기성의 형식적 구분보다는 작업의 시급한 목소리와 탐구적 태도, 진실된 서사를 우선 가치로 삼는다. 최근 스미스필드 마켓 인근으로 확장 이전했지만 특유의 실험적 정체성을 고수하며 경계를 허무는 전시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Make Room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에밀리아 인(Emilia Yin)은 아시아 디아스포라로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재능 있는 작가를 위한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2018년 LA 한복판에 메이크 룸을 열었다. 메이크 룸은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BIPoC(흑인 · 원주민 · 유색인종), 여성, 신진 작가를 집중 조명하며 이들의 국제 무대 진출을 돕는다. 할리우드 중심부의 418㎡ 규모 공간은 개인전과 그룹전, 나아가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물리적 토대가 되며, LA라는 문화적 멜팅포트에서 형성되는 실험적이고 글로벌한 시각을 더욱 확장한다. 선우, 유귀미, 류신(Xin Liu) 등을 미국 서부 지역에 선제적으로 소개해왔으며, 이들의 작품이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Con_
2022년 도쿄 니혼바시 바쿠로초의 70년 된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제도권 예술의 화이트 큐브를 거부한다. ‘콘(con)’은 연결, 맥락, 갈등을 뜻하고 언더바()는 새로운 맥락과 결합하려는 열린 태도를 의미한다. 제도, 장르, 시장, 실험이 공존하는 변두리의 생명력을 도쿄의 문화 DNA로 보고 ‘사이성(between-ness)’을 체화한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작품이 완성되기 전 작가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가치가 생성되는 순간에 주목하며, 예술이 수집용 오브제가 아닌 ‘한 시대의 분위기’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2021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 ‘獸(JYU)’는 일회성 공연과 설치로 한 세대의 존재 방식을 특정한 분위기로 압축한 시도이며, 2025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인 요코테 타이키(Taiki Yokote)의 ‘Floating Rubble’은 작가의 작업실 잔해를 공중에 띄워 일상의 불안을 드러낸 작품이다. Con은 예술이 시대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내는 하나의 방식임을 증명한다.
Cylinder
실린더는 2020년 11월 작가를 꿈꾸던 미술 학도 노두용이 설립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갤러리는 “마지막 발악”이자 “새로운 시작점”으로 출발했는데, 장기적 계획보다는 당장의 열망과 불안감 속에서 태어났으나 어느덧 5년 차를 맞이했다. 실린더의 정체성은 작가와 디렉터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호흡하며 기획 아이디어를 물리적 공간에 오차 없이 구현해내는 이상적 협업에 있다. 졸업 전시에서 만난 작가부터 오랜 동료까지, 신진 작가들의 성장을 끝까지 책임지며 리스테 아트 페어 바젤과 아트 바젤 홍콩, 프리즈 서울 같은 세계 무대로 궤적을 넓혀간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교회 장의자를 배치하거나 유압식 모티브의 마운트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전시 구성에서 작품의 배경을 경험적 측면으로 치환하는 독보적 문법을 구사한다. 작가들에게 단순한 전시 기회를 넘어 유의미한 경험과 실질적 도움을 주는 실린더는 오늘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한국 예술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Mama Projects
2019년 뉴욕에 설립된 갤러리로, 아직 미국에서 소속 갤러리가 없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전시는 주로 개별 작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Omissions’, ‘Partial Objects’, ‘Found and Accumulated’, ‘Postcards’ 같은 개념적 서사를 제목으로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작가들을 엮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느슨하게 연결되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통해 작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층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일상의 사물을 재구성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노아 피카(Noah Pica), 재료의 물성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드러내는 다케다 모토히로(Motohiro Takeda), 신체와 사물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하는 조각가 니키 체리(Nicki Cherry) 등이 최근 마마 프로젝츠에서 소개한 작가다. 향후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 기반 전시, 협업 전시 등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갤러리를 운영해나갈 예정이다.
Primary Practice
프라이머리프랙티스는 동시대 예술을 확장된 문맥으로 담기 위해 설립한 서울 기반의 프로젝트 스페이스다. 작업의 외형적 심미성보다는 그 기원인 ‘작가의 태도(practice)’에 주목하며, 동시대적 조건 아래서 의미와 형식이 맺는 관계를 살피는 것을 ‘주된(primary) 가치’로 삼는다. 갤러리는 제도가 간과한 지점을 드러내고 배설과 같은 가감 없는 예술적 실천이 이뤄지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런 지향점은 그간 함께해온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실재를 대신하는 기호로서 이미지의 빈틈을 파고드는 장다은, 데이터로 떠도는 오늘날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우는 안초롱, 노동 · 여성 · 질병 등 자본주의 사회의 취약한 지점을 영상 언어로 묵직하게 담아내는 차재민의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프라이머리프랙티스는 경계의 목소리를 모아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Brownie Project
2019년 상하이 예술의 심장부인 M50 지구에 문을 연 브라우니 프로젝트는 예술의 혁신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탐구한다. 182㎡ 규모의 광활한 공간에서 전통적 전시 형식을 넘어선 다학제적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매체 간 경계를 허무는 작가를 중심으로 독창적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데이터 사회의 알고리즘을 탐구하는 쯔양 우(Ziyang Wu), 일상의 취약한 순간을 포착하는 김명찬, 동양적 서사를 초현실적 회화로 풀어내는 어맨다 바(Amanda Ba) 등은 갤러리가 추구하는 지적 예술 세계를 잘 보여준다. 신진 작가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작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중견 작가들을 지원하며, 다양한 큐레이토리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국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CORRIDOR’, 해외 갤러리와의 공동 전시 기획 플랫폼 ‘BROWNIE w/’, 예술과 술을 잇는 독특한 창작 실험 ‘Strange Attractor Program’은 브라우니 프로젝트의 독보적 강점으로 꼽힌다.
Cuturi Gallery
2019년 설립돼 싱가포르 신진 작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단순히 지역 예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국 아티스트와도 활발히 교류하며 동서양의 예술적 경계를 허문다. 개인의 경험과 도시의 기억을 출발점으로 하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업에 주목한다. 탈식민주의 역사와 환경적 기억, 전통 공예 기법을 쌓아 올려 회화를 만드는 카이룰딘 와합(Khairulddin Wahab), 현대인의 노동과 복잡미묘한 사회적 관계를 감각적인 구상회화로 선보이는 파리스 헤이저(Faris Heizer), 급변하는 싱가포르 도시의 기억과 건축을 포착하는 션 지아치(Shen Jiaqi)가 그 예다. 2020년부터 싱가포르에서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개인전을 지원하는 등 신진 작가의 창작 환경 구축에도 진심이다. 2022년 런던 위성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프랑스 팔레 루아얄과 노브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활동 반경을 더욱 넓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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