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크리스토플, 베르나르도 등 수백 년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이어온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국내에 전개하는 강준구 ADV 코리아 대표는 기물의 생김새나 쓰임을 넘어 그것이 일상의 장면을 어떻게 바꾸는지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그런 그에게 바카라 ‘마세나 쿠페’는 지금 자신의 취향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잔이다. “바카라라는 브랜드를 처음 마주한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마세나 컬렉션, 그중에서도 쿠페 잔이었습니다. 당시 바카라 공방을 방문해 장인의 작업 과정을 직접 보았는데, 정교한 커팅을 거쳐 하나의 아트 피스로 완성되던 순간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그가 이 잔에서 처음 떠올린 이미지는 ‘디올 드레스’였다. 유려한 실루엣이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선 여인처럼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마세나 쿠페를 향한 애정에는 시대적 이미지도 겹쳐 있다. 쿠페 잔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샴페인의 낭만적 이미지를 상징하던 것으로, 특히 1920~1930년대 파티 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는 이 잔에서 학창 시절 즐겨 읽은 <위대한 개츠비> 속 화려함뿐 아니라 전쟁 이후와 불황 이전 사이에 존재했던 짧은 낙관의 공기,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던 시대의 감각을 겹쳐 본다. “지금도 과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AI라는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그 중간의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잔은 그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음미하게 합니다.” 하나의 잔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평소 지켜온 미학적 기준도 드러난다. 핵심은 타임리스함이다. “오늘 봐도, 100년 뒤에 다시 봐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볼수록 더 마음이 가는 물건이 제게는 오래 남습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잔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느냐다. 와인 테이스팅처럼 맛을 끌어올려야 하는 자리라면 그에 맞는 형태의 잔이 준비되어야 하고, 분위기가 우선시되는 자리라면 장식성이 강조된 잔이 어울린다. 마세나 쿠페는 특히 축하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고. “결혼일 수도, 생일일 수도 있죠. 아무래도 그 디자인과 명성이 축하하는 자리에 걸맞은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테이블웨어와 미식 문화, 환대의 가치를 이야기해온 그는 잔과 테이블 세팅이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홈 파티의 중심은 결국 대화예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테이블 세팅과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이엔드 테이블웨어는 필수품이 아니지만, 강 대표에게는 하루의 밀도를 바꾸는 매개다. ADV라는 이름의 바탕이 된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 곧 ‘삶 속 예술’이라는 개념도 같은 맥락이다. 종이컵으로도 물을 마실 수 있고 일회용 수저로도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좋은 잔과 접시를 사용하는 순간 감각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저 자신과 회사의 사명감이라 말할 수 있는 게 결국 ‘아르 드 비브르’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매일 곁에 두고 사용함으로써 하루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합니다.”
헤리티지를 동시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일에 대한 관심도 이어진다. 유서 깊은 하우스일수록 지켜온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통을 지닌 메종일수록 현시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해요. 브랜드의 DNA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오늘의 언어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강 대표는 최근 ‘민화’라는 새 브랜드를 론칭하고, 첫 결과물로 한국 전통주를 재해석한 ‘민화주’를 선보였다. “아르 드 비브르의 미학을 품은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멋을 알리고 싶다는 아쉬움과 필요성을 느꼈어요. 몇 해 전 민화 작가들과 협업하며 접한 작품들이 워낙 인상 깊게 남아 있던 터라 한국적인 생활미를 담아낼 이름을 고민하다 보니 결국 ‘민화’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마세나 쿠페가 놓일 여름날의 테이블을 묻자, 그는 느지막한 저녁의 야외를 떠올렸다. 샴페인 혹은 얼음을 살짝 올린 민화주를 곁들이고, 한강의 노을을 바라보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시간에 신경 쓰지 않고 먹고 마시며 대화하는 거예요. 친한 사람들과는 이른 저녁에 만나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느지막이 노을을 보며 함께 즐기는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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