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지속성 의구심…교사들도 도입 시기·절차 정당성 부정적
(전남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 인수위원회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전 과목 평가를 100% 서술·논술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역 아이들이 향후 바뀔 수도 있는 정책의 실험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교사들도 준비 없는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17일 케이(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김경범 준비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서·논술형 100%는 모든 시험을 장문형 글쓰기로 바꾸자는 뜻이 아니고 선다형(객관식) 문항의 제로화"라고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평가 방식 도입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성적 하락, 사교육비 부담 증가 우려가 매우 큰 것을 안다"며 "이에 교육청이 학생 수업과 평가를 주입식에서 학생 중심의 과정형으로 안착시킬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에서 운영 중인 토론·발표·보고서 등 과정 중심 평가를 유지하면서 질적 전환을 하고 교육과정개발평가원을 설립해 문항 개발, 예시 자료 축적, 채점 기준 마련, 교원 연수 등을 총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즉각 "왜 우리 애들이 시범 케이스가 돼야 하느냐", "애들을 교육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전국적인 평가 방식 개편이 담보되지 않는 점과 다시 이전 평가로 돌아오게 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 갑작스러운 시행에 따른 사교육 부담을 우려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A씨는 "현재도 토론 수업을 하고 일부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고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준비 없이 갑자기 시험 허들을 높이는 셈이라 중하위권 학생들의 포기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5학년 자녀를 둔 50대 학부모 B씨는 "초 5·6, 중1만 한다고 대입과 연동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대입 제도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지역 학생들은 기존 고교 내신·수능 문제 풀이 방식을 꾸준히 훈련하고 우리 아이들은 2∼3년간 다른 방식으로 공부한다면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한다는 보장도 없고, 문제 출제나 평가 기준을 마련할 시간도 부족한데 서둘러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수업 운영 변화와 평가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서·논술형 평가 100%를 경험했던 국내 외국인학교 졸업생 C(21)씨는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이의 제기 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국가고시 등에서 운영 중인 논술 평가의 경우 전문가들이 시간과 예산을 들여 기준을 세웠을 텐데 의무교육 과정의 평가도 그렇게 준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평가 예시 문항 제시와 채점을 도울 인공지능(AI) 평가 도구의 불완전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교사들도 교수·학습평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당사자인 현장 교사 의견 수렴 없는 정책 추진 절차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성동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수업과 평가에 대한 고민은 저도 공감한다. 모든 선생님이 수업과 평가에 몰입하고 싶어 하지만 행정 업무와 악성 민원이 먼저 해결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학교 안정화를 먼저 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논의가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areum@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