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17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평가하는 밸류에이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과 업황 사이클이 기업가치를 좌우했지만, 향후에는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한 이익의 지속성과 현금흐름의 가시성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과거와는 다른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전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가 공급 증가와 재고 누적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격 하락과 실적 악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AI 관련 수요도 견조한 만큼 가격 상승률 둔화만으로 업황 고점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격의 상승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가격 자체가 하락세로 전환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산업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장기공급계약(LTA)과 생산물량, 확약 비중, 선수금 지급 등 계약 조건이 다양해지면서 메모리 기업들은 향후 판매 물량과 가격을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평균판매가격(ASP)이나 가격 모멘텀보다 계약을 기반으로 한 이익의 지속성과 현금창출력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비투자 확대 역시 과거와 달리 공급과잉의 전조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생산능력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보다 AI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증설이 오히려 중장기 실적 성장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AI 투자 둔화 우려 역시 과도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메타가 유휴 GPU를 외부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유진투자증권은 오히려 AI 컴퓨팅 임대 시장이 활성화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메타 역시 캐나다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AI 인프라 규모를 2026년 7GW에서 2027년 14GW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는 등 AI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메모리 기업들은 높은 고정비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 짧은 호황 주기 때문에 실적이 좋아져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기 어려웠다. 반면 AI 시대에는 장기공급계약과 고객사별 생산능력 예약을 통해 공급과잉 위험이 낮아지고,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뒷받침되면 메모리 기업의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도 완화될 수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역시 가격 모멘텀만으로 평가받는 산업에서 높은 이익의 지속성과 가시성을 인정받는 산업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에 있다"며 "하반기 주주환원 가시화는 그 신뢰의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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