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간 붕괴된 중국 슈퍼카 시장
2024년 총매출 400억8000만 유로(약 68조3700억 원), 영업이익 56억4000만 유로(약 9조6100억 원)의 실적을 냈던 포르셰는 지난해 매출 362억7000만 유로(약 61조7300억 원), 영업이익 4억1300만 유로(약 7100억 원)로 실적이 92.7%(영업이익 기준)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4.1%에서 1.1%로 쪼그라들었다. 포르셰 측은 이 같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고급차 시장이 침체됐고,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 벌어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영향을 미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슈퍼카 시장이 단기간에 붕괴된 원인으로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폭락으로 인한 부유층 경기 침체가 꼽힌다. ‘전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실질 주택가격지수는 최고점인 2021년 113이었지만 올해 1분기(1∼3월)에는 85.1이었다. 4년 만에 20년 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된 중국 초고액 자산가들의 재산평가액도 덩달아 증발했고 슈퍼카를 비롯한 명품 시장의 불황이 시작됐다.
중국 판매량이 줄어들자 슈퍼카 브랜드들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췄다. 현지 딜러들이 물량을 밀어내기 위해 30∼40%의 파격적인 할인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여기에 공식 할인, 이자율 할인 같은 금융 혜택까지 더해졌다. 현지 자동차 전문매체 보도를 보면 벤틀리의 ‘플라잉스퍼’ 모델은 딜러 할인이 최대 80만 위안(약 1억5000만 원)까지 제공됐고, 애스턴마틴의 ‘밴티지’ 가격은 출시 1년도 안 돼 45만 위안(약 8500만 원) 인하됐다.
그럼에도 판매량 회복은 요원하다는 해석이 많다. 서방권 슈퍼카 판매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기술력과 고급화 수준이 ‘빛의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서방권 브랜드가 ‘전통의 럭셔리’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기술 향상에 집중했다.
이런 중국 차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현지인들의 ‘럭셔리’ 인식도 이에 맞춰 바뀌었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리는 ‘중국산 슈퍼카’까지 등장했다. 중국 완성차 기업 BYD는 올해 4월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자사 럭셔리 브랜드인 ‘양왕(仰望)’의 슈퍼카 ‘U9 익스트림’을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30명만 소유할 수 있는 한정판이다. 회사가 밝힌 공식 출력은 2978마력, 공개한 최고 속도는 시속 496km에 달한다. 가격은 2000만 위안(약 38억2300만 원). 한정판이 아닌 양산형 ‘U9’도 180만 위안(약 3억4000만 원)의 가격이 매겨졌다. 중국인들이 더 이상 ‘유럽산 슈퍼카’를 찾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 감원 또 감원 나선 슈퍼카
슈퍼카 브랜드 부진의 원인이 중국 시장 침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 영국 등 유럽이 중심인 슈퍼카 브랜드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포르셰는 이 관세로 인해 지난해 회사가 부담한 추가 비용이 7억 유로(약 1조2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의 1.7배에 달하는 액수다.
여기에 전기차 개발을 위해 쏟아부었던 비용 회수에 실패한 점도 회사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각 회사가 전기차 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미국에서는 전기차 인기가 좀처럼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전기차가 인기인 중국은 자국 전기차를 선택하면서 전기차 개발 비용은 ‘매몰 비용’이 돼버렸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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