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민주화 후 첫 백인 수반' 스콧 前잠비아 부통령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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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민주화 후 첫 백인 수반' 스콧 前잠비아 부통령 별세

연합뉴스 2026-07-17 01:24: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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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잠비아 정부, 닷새간 국가애도·국장

가이 스콧(가운데) 잠비아 전 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이 스콧(가운데) 잠비아 전 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화 이후 백인으론 유일하게 국가수반을 지낸 스콧 전 잠비아 대통령 권한대행(부통령)이 별세했다.

16일(현지시간) 잠비아 ZNBC 방송과 인터넷 신문 음웨반투 등에 따르면 스콧 전 권한대행은 전날 수도 루사카 레오파즈힐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투병 끝에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그가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아왔다고 밝혔다.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은 스콧 전 권한대행의 국가에 대한 공헌을 기려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며, 20일까지 닷새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정부는 이 기간 매일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히칠레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진정한 애국자를 잃었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스콧 전 권한대행은 1944년 6월 1일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북로디지아(현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태어났다. 부친 알렉산더 스콧은 스코틀랜드 출신 의사이자 야당 정치인, 신문 발행인이었으며, 모친 그레이스 피커링 스콧은 잉글랜드 출신 간호사였다.

그의 부친은 백인이었지만 자신이 창간한 신문을 통해 아프리카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으며 후일 초대 대통령이 된 케네스 카운다 등 잠비아의 민족주의 지도자들과 함께 반(反)식민 독립운동에 큰 공헌을 한 인물로 존경받는다.

스콧 전 권한 대행 역시 부친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1964년 잠비아가 독립하자 바로 잠비아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후 잠비아로 돌아와 정부와 언론계에서 잠시 일한 뒤 루사카 인근에서 밀과 딸기를 재배하는 농장을 운영했다. 이후 영국 서식스대에서 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옥스퍼드대에서 로봇공학을 연구하는 등 학계에서도 활동했다.

1991년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잠비아가 과거 1당 국가에서 다당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의정활동을 했다.

또 농업·식량·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1992년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난이 닥치자 긴급 곡물 수입을 지휘해 기근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1년에는 정치적 동지이자 멘토인 마이클 사타 전 대통령과 함께 애국전선(PF)을 공동 창당했고, 2011년 사타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부통령에 취임했다.

2014년 10월 사타 대통령이 재임 중 사망하자 헌법에 따라 이듬해 1월까지 약 3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F.W. 데클레르크가 1994년 퇴임한 이후 아프리카에서 첫 백인 국가수반이 됐지만, 부모가 잠비아 태생이 아니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했다.

스콧 전 대행은 당시 PF 당내 대선 후보 지명을 두고 당시 에드가 룽구 당 사무총장을 해임했다가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복귀시키는 등 혼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5년 대선에서 당선된 룽구 대통령과는 껄끄러운 관계에 섰다.

직설적인 화법과 유머 감각으로도 유명했던 스콧 전 대행은 "겉모습은 백인이지만 내 피는 흑인"이라고 잠비아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부통령 재직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사타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만이 백인 부통령을 둔 두 명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일도 있다.

사타 대통령이 그에게 "백인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됐겠느냐"고 묻자 "아마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답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무손다 트레버 셀윈 음왐바 통일민족독립당(UNIP) 대표는 이날 추모 성명에서 "스콧은 잠비아를 가장 사랑했던 충직한 애국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며 "그의 따뜻함과 유머, 조국을 위한 헌신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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