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이태훈 기자] 영국 정부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말비나스 제도’ 현수막을 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아르헨티나는 16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4강전에서 잉글랜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결승에 올라 스페인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두 나라의 맞대결은 킥오프 전부터 그라운드 밖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포클랜드 전쟁으로 쌓인 역사적 앙금에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으로 이어진 오랜 라이벌 관계까지 더해지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먼저 웃은 쪽은 잉글랜드였다. 후반 15분 앤서니 고든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안겼다. 그러나 이후 토마스 투헬 감독이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선택이 화근이 됐다.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버티던 잉글랜드는 후반 41분 엔조 페르난데스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2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에게 헤더 역전골까지 내줬다.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단 7분 사이 두 골을 얻어맞으며 결승 진출권을 아르헨티나에 내줬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경기 후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앞서 아르헨티나 팬들이 말비나스 제도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깃발을 경기장에 반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선수들이 직접 “말비나스 제도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이를 두고 영국 정치권이 즉각 반발했다.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의 해외 영토다. 현지 주민들은 2013년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영국령으로 남는 데 찬성했다.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군이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했지만, 같은 해 6월 영국군에 항복했다.
피터 카일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은 영국 ‘BBC’를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현수막에 대해 “전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정치는 축구와 분리돼야 한다. 실제로 월드컵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도 정치와 축구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이제 이 문제는 FIFA가 다뤄야 한다. FIFA가 철저하게 조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일 장관은 또 “축구에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규정을 너무도 명백하게 위반했다”며 “FIFA가 이 사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총리실도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우리의 것이 아닐 수 있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분명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포클랜드 제도를 향한 우리의 약속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 사안이 FIFA의 조사 대상이라는 점을 재차 언급하면서 “총리는 결승전에 나서는 두 팀 모두에게 행운을 빌고 있다. 특히 스페인에 더 많은 행운을 빈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케미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 영토다. 보수당은 언제나 이를 지킬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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