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공방이 닷새째 이어진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서도 폭발음이 보도되며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넘어 공습 범위를 확대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복수의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군사 작전 강화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군이 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한 상황에서 비축유가 고갈돼 유가 충격이 휴전 이전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동부시간 15일 오전 6시~7시30분, 오후 3시~9시에 걸쳐 두 차례 이란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란 수도 테헤란 시간 기준으론 15일 오후 1시30분~3시, 15일 오후 10시30분~16일 오전 4시30분에 해당한다.
중부사령부는 90분간 이어진 첫 공습에선 이란 해안 방어 체계와 호르무즈 해협 대툰브섬의 순항미사일 저장고 및 발사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7시간 반 만에 이어진 두 번째 공습에선 해협 인근 남부 반다르아바스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이란 지휘소, 방공기지,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역량, 해안 감시 시설을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사령부는 공습에서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을 위협하는 이란 군사 역량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테헤란 인근 및 내륙서도 폭발음…이란 "어린이 병원 인근도 공습"
미군은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를 집중적으로 공습해 왔지만 이날 테헤란 인근 방공망이 가동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공습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16일 오전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 방공망 가동음이 들렸다. 인근 파크다슈트, 파르친 지역에서도 유사한 폭음이 들렸다.
북중부 셈난, 서부 내륙 호라마바드 및 중서부 마르카지주 혼다브에서도 공격이 보고됐다. 혼다브엔 이란의 중수 생산시설 중 하나가 위치해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서부 후제스탄주 안디메슈크에서 미 MQ-9 무인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남부 해안 반다스아바스, 케슘섬, 시리크, 코나라크도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미군이 소아암 환자를 치료하는 후제스탄 아흐바즈 지역 샤히드 바가에이 병원 인근을 공습해 두려움에 질린 환자와 가족들이 대피했고 현재 가장 위중한 환자들만 병원에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 "트럼프, 하르그 장악·곡괭이산 폭격 등 군사 작전 강화 검토"
복수의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더 강력한 군사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15일 미 CNN 방송은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에 띠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사 작전 확대 방안을 검토해 왔고 14일 상황실 회의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력 약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란 석유 수출 기지 하르그섬 장악과 나탄즈 핵시설 인근에 위치해 역시 핵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곡괭이산' 폭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곡괭이산을 겨냥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미 매체 <액시오스>도 소식통 등을 인용해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최근 미군의 이란 방공망, 미사일 및 무인기 기지, 소형선 등 공격은 향후 더 강도 높은 작전을 위해 이란의 방어력을 약화하려는 "여건 조성 작전"일 수 있다고 전했다. CNN도 최근 미군의 이란 미사일 발사대, 레이더 등 파괴는 대규모 군사 작전을 위한 토대 마련 취지일 수 있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덧붙였다.
이란의 걸프국 미군 시설을 향한 보복 공격은 계속됐다. 알자지라를 보면 이날 요르단은 이란 미사일 8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는 15~16일 순항미사일 4기와 무인기 21대를 요격했다고 했다. 바레인도 이란에서 날아 오는 적대적 발사체에 계속 대응해야 했다.
알자지라, 이란 관영 <IRNA> 통신을 보면 혁명수비대는 어린이 병원 인근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바레인 셰이크 이사 기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기지, 요르단 아즈라크 기지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의장 "외교·군사 둘 다 활용해야"…협상 가능성 배제 안 해
이란은 협상 여지를 닫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보면 이란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15일 성명을 통해 "현 단계에서 협상은 타협과 동의어가 아니다. 전쟁과 더불어 저항 전략의 일환이자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사랑하는 이란을 지키기 위해 외교 및 방위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단지 의무가 아니라 불가피한 필수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두 방법을 분리하거나 하나만 유일한 해결책으로 택하는 건 전략적 실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을 원한다고 연일 주장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육군전쟁대에서 열린 국방혁신서밋 행사에서 "그들(이란)은 협상을 간절히 원한다. 우리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합의를 원한다. 우리가 그들과 협상할지 아니면 그냥 끝장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비축유 등 유가 상승 막을 모든 완충 장치 소진"
한편 해상봉쇄 재개 뒤 미군은 곧바로 선박 한 척을 무력화 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봉쇄 재개 뒤 15일 이란 하르그섬으로 향하던 퀴라소 국적 유조선 '벨마호'를 운항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해당 선박이 미군의 반복적 경고를 무시해 굴뚝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이 밖에도 지난 24시간 동안 두 척의 선박을 회항시켰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사실상 재봉쇄되고 해상봉쇄 및 원유 수출 제재 복구로 이란산 원유 공급도 막힌 상황에서 유가는 지난주 충돌 재발 전에 비해 거의 20% 폭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지난 6일 배럴당 71.99달러에 거래 됐지만 15일엔 배럴당 84.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쟁 중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휴전 뒤 전쟁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걸프국들이 넘치는 저장고를 비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원유를 과잉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각국이 비축유 방출 등 이미 대응할 수단을 거의 써 버린 터라 이번 공급 충격이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직 외교관이자 미 에너지부에 근무했던 데이빗 골드윈이 "전쟁이 시작되고 처음 3~4달간 원유, 천연가스, 어느 정도 비료와 헬륨 가격을 완화했던 모든 완충 장치들이 소진됐다"고 분석했다. 전쟁 기간 동안 가격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대폭 방출된 미국 전략비축유(SPR) 재고는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신문은 그간 유가 압박을 줄였던 중국의 수요 둔화 기조도 계속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