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시절의 흔적이 남은 낡은 놀이공원과 오랜 시장,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습지와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EBS1 ‘세계테마기행’이 여행 크리에이터 송인석과 함께 조지아 서부의 오래된 역사와 자연,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길을 따라간다.
'세계테마기행'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7월 16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서른 살, 청춘 여행기 조지아’ 4부 ‘오래된 시간 속으로’에서는 여행 크리에이터 송인석이 역사와 신화를 품은 도시 쿠타이시에서 출발해 콜케티 국립공원과 구리아 지역을 차례로 찾는다. 오래된 시장과 가정식, 광활한 습지와 전통 말 경기까지 조지아 사람들이 지켜온 시간과 삶을 만난다.
소련의 흔적 남은 쿠타이시와 오래된 시장
첫 번째 목적지는 조지아 서부의 중심 도시 쿠타이시다. 조지아에서 손꼽히는 오래된 도시로, 과거 여러 왕국의 수도 역할을 하며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한 곳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황금 양털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송인석은 케이블카를 타고 쿠타이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가바슈빌리 언덕으로 향한다. 도심 위를 천천히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서는 강을 따라 형성된 거리와 오래된 건물,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위에 도착하면 세월의 흔적이 묻은 놀이공원이 여행자를 맞는다. 소련 시절 조성된 시설과 기구들이 남아 있어 화려한 최신 놀이공원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낡은 간판과 오래된 놀이기구는 쿠타이시가 지나온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송인석은 장난스러운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관람차에 오른다. 높이 올라갈수록 오래된 도심과 리오니강, 멀리 펼쳐진 산맥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소 느리고 아슬아슬한 관람차지만, 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정취를 전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쿠타이시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꼽히는 그린 바자르다. 지역 주민들이 채소와 과일, 고기와 치즈, 향신료 등을 구입하는 생활 시장으로 오랫동안 도시의 부엌 역할을 해왔다.
시장 입구에서는 거대한 콜케티 부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지아 출신 예술가 베르나르 네비에리제가 제작한 석조 작품으로, 지역의 역사와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징들이 조각돼 있다.
콜케티는 고대 조지아 서부에 존재했던 왕국으로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대가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난 장소로도 등장한다. 부조에 새겨진 다양한 얼굴과 문양은 쿠타이시가 품은 오랜 신화적 배경을 보여준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상인들과 다채로운 식재료가 여행자를 반긴다. 천장 아래로 상점이 빽빽하게 이어지고, 진열대마다 제철 채소와 과일, 치즈와 견과류가 가득하다.
송인석은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온 이들에게 시장은 단순한 생업 공간이 아니라 이웃과 소식을 나누고 도시의 변화를 지켜보는 삶의 터전이다.
식재료를 구입한 뒤에는 자연 속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로 향한다. 녹음과 어우러진 숙소는 도시의 번잡함과 떨어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행자는 현지 가정에 머물며 조지아 사람들의 음식과 생활 방식을 가까이에서 경험한다.
주인아주머니에게서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 하차푸리 만드는 법을 배운다. 하차푸리는 밀가루 반죽에 치즈를 넣어 구운 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모양과 재료가 달라진다.
반죽을 넓게 펴고 짭조름한 치즈를 듬뿍 넣은 뒤 오븐에 구우면 겉은 노릇하고 속은 부드러운 하차푸리가 완성된다. 갓 구운 빵을 나눠 먹으며 낯선 여행자와 현지 가족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다음 날 아침에는 푸른 풍경을 감상하며 숙소 주변을 산책한다. 고요한 숲과 마을길을 지나 돌아온 뒤 현지 가이드 안나와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이날 메뉴는 한국식 불고기다. 얇게 썬 고기에 간장과 양념을 넣고 볶아 조지아 사람들에게 대접한다. 조지아의 식탁 위에 한국 음식이 오르면서 또 다른 문화 교류가 시작된다.
익숙하지 않은 양념과 조리법에도 현지인들은 불고기를 맛보며 즐거운 반응을 보인다. 여행자가 조지아 음식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유네스코 습지에서 만난 야생마와 전통 경기
다음 여정은 흑해 연안의 저지대와 산악 지대가 함께 펼쳐지는 구리아로 이어진다. 구리아는 조지아 서부에 자리한 지역으로 차밭과 숲, 습지와 해안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송인석은 구리아와 인접한 콜케티 국립공원을 찾는다. 흑해 동쪽 해안에 걸쳐 있는 이 국립공원은 광대한 습지와 호수, 숲으로 이뤄져 있다. 수많은 철새와 희귀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콜케티 국립공원은 약 4만4000㏊ 규모로 펼쳐져 있다. 오랜 시간 형성된 습지와 이탄 지대는 수분과 탄소를 저장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일대의 습지와 숲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포함됐다. 개발로부터 비교적 보호된 자연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철새들에게 중요한 휴식처가 된다.
공원에서는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이동한다. 잔잔한 수면 위로 하늘과 숲이 비치고, 갈대와 수생식물이 물가를 가득 채운다.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바람과 새소리만 주변을 감싼다.
물가에서는 낚시하는 어부들과도 만난다. 이들은 계절과 날씨, 물의 흐름을 살피며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습지는 관광지가기 전에 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일상을 품은 공간이다.
송인석은 어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을 배운다. 보호해야 할 생태계인 동시에 삶을 이어가게 하는 터전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한다.
여정의 마지막에는 구리아의 전통 말 문화를 찾아간다. 야생마를 길들여 경기에 출전하는 승마 선수를 만나 지역에서 이어져 온 말 경기 도기에 대해 들어본다.
도기는 구리아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경마다. 여러 기수가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리며 실력을 겨루는 경기로, 오랜 세월 마을 축제와 공동체 행사에서 중요한 볼거리로 자리해왔다.
구리아 사람들에게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가축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며 신뢰를 쌓는 동반자다. 기수와 말이 서로의 움직임을 이해해야 빠른 속도에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송인석이 만난 승마 선수는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해 한 달 동안 제대로 걷지 못했다. 큰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마친 뒤 다시 말에 올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위험을 겪고도 승마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한 말과 도기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선수는 두려움보다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훈련을 이어간다.
러시아에서 구리아까지 찾아온 여성의 이야기도 듣는다. 그는 말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익숙한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다.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말을 통해 현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야생성을 지닌 말을 길들이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말의 성격과 반응을 살피고 천천히 신뢰를 쌓아야 한다. 사람과 말 사이의 교감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송인석도 직접 말에 올라 마을길을 천천히 산책한다. 빠르게 질주하는 경기는 아니지만 말의 움직임과 호흡을 느끼며 구리아의 풍경을 바라본다.
푸른 들판과 조용한 마을길, 말을 돌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지며 조지아 여행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한다. 오래된 전통은 박물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세계테마기행-서른 살, 청춘 여행기 조지아’ 4부 ‘오래된 시간 속으로’는 쿠타이시의 케이블카와 소련 시대 놀이공원, 그린 바자르와 하차푸리, 콜케티 국립공원의 습지와 구리아의 전통 말 문화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오랜 도시와 시장, 자연과 사람을 차례로 만나는 동안 조지아의 역사는 거대한 유적이 아니라 일상 속 풍경과 음식,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송인석은 말과 함께 마을을 걸으며 좌충우돌했던 조지아 청춘 여행을 마무리한다.
EBS1 ‘세계테마기행-서른 살, 청춘 여행기 조지아’ 4부 ‘오래된 시간 속으로’는 7월 16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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