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하지현 기자 |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 계열사의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확정하며 회생절차 재개를 위한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 전액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자금 조달 과정의 최대 걸림돌도 해소됐다. 다만 이번 지원금은 회생절차 유지를 위한 운영자금 성격이 강한 만큼, 협력업체와 납품업체의 신뢰 회복을 비롯한 경영 정상화까지는 추가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즉시항고 앞두고 회생절차 재개 가능성 커져
메리츠금융 계열사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대한 2000억원 규모 DIP 대출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김병주 회장은 해당 대출 전액에 대한 연대보증 제공을 결정했고, 메리츠 측은 이를 바탕으로 긴급 자금 지원을 최종 확정했다.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하는 금융사로서 추가 1000억원 지원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번 필수 자금 지원이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 지원 결정은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이후 약 열흘 만에 성사된 합의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본사와 전국 대형마트 67개 점포의 영업을 임시 중단한 상태다.
당시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매출 감소와 공익채권 증가 등으로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폐지 결정 이후 14일 이내 즉시항고를 통해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제출할 경우 회생절차 재개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후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메리츠 측은 MBK가 기존에 제시한 1000억원 규모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추가 지원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협상은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렀다.
다만 정치권의 움직임, 노동조합의 요구 등이 이어지며 협상 분위기가 변했다. MBK가 2000억원 전액에 대한 연대보증 제공 방침을 확정하면서 메리츠와의 최종 합의가 이뤄졌고, 이날 계열사 이사회 의결까지 완료됐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후 법원이 회생절차 재개를 결정하고 DIP 집행을 위한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면 긴급운영자금이 실제 투입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이어가면서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고, 잔존 사업부문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이다.
◆ 미지급 대금·상품 공급 안정화가 관건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확보가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곧바로 경영 정상화로 이어지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간 이어진 회생절차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납품업체와의 관계 회복이 필요한 상황인 데다, 확보된 자금 상당 부분이 미지급 대금과 운영비 등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억원 확보로 회생절차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지만, 안정적인 상품 공급과 협력사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영업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밀린 납품대금과 기타 미지급금을 지급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