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한 남성의 일방적인 구애를 거절했음에도 상간 소송 1, 2심에서 패소했다. / AI 생성 이미지
한 남성의 일방적인 구애를 거절했을 뿐인데, 그의 아내로부터 상간 소송을 당해 위자료를 물어줄 처지에 놓인 A씨.
A씨는 남성과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통신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핵심 증거와 반박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조차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사실관계를 오인한 법원의 판결, 대법원에서 바로잡을 수 있을까?
연락도, 만남도 없었는데…법원이 외면한 '객관적 증거'
사건의 시작은 B씨 남편의 일방적인 접근이었다. B씨 남편은 A씨에게 호감을 보이며 접근했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인 B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A씨는 B씨 남편에게 전화하거나 사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었고, 이는 통신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B씨는 A씨를 상대로 상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A씨가 제출했던 핵심 반박과 명백한 증거들이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부정행위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일부 간접 정황만으로 부정행위를 추정한 것이다.
대법원, '사실 판단' 다시 안 한다지만…'법 위반'이라면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사실 인정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 대법원은 법률심(법률 해석·적용의 오류를 심사하는 절차)이지, 사실심(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절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항소심 판결 과정에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 상고가 가능하다고 봤다. 원심 판결이 중요한 증거에 대한 판단을 의도적으로 빠뜨리거나(판단 누락),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나는 결론을 내렸다면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단순한 증거 재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그러한 간접사실만으로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와 논증이 충분한지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쟁점은 '증거를 다르게 평가해 달라'가 아니라 '원심의 판단 과정 자체에 법률상 위법이 있었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판단 누락·논리 모순'…판결문 속 허점 찾아내야
상고를 위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불만을 법리적 주장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변호사들은 판결문에 드러난 판단 누락, 이유 불비(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음), 이유 모순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단순히 '우리 증거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판결문에 그에 대한 판단 표시가 실질적으로 없는지를 문언 대비로 지적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짚었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억울하다, 형평에 안 맞다'만으로는 부족하고, 판결문에서 빠진 판단과 모순되는 대목을 정확히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판결문 자체의 법률적 하자, 논리적 비약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를 사실심의 재량으로 보아 심리불속행 기각할 가능성이 실무상 적지 않다"며 상고의 높은 문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더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이다.
결국 A씨와 같이 억울한 판결을 다투기 위해서는 항소심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법리적으로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를 상고이유서에 논리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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